올해는 정부가 정한 「지역 문화의 해」다. 삶의 모든 것이 서울로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거나 척박한 문화환경속에서 살아가는 지역민들로서는 지역문화의 해가 설정됐다는 자체에 우선 반가워 하고 이를 계기로 지역을 배려한 상당한 문화 육성정책이 시행되리라 기대한다.
 지역문화의 해를 맞아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지역문화의 정체성 확립이다. 우리나라의 지역문화는 지역만이 갖고 있는 특성을 상실한채 서울 닮아가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 도시, 저 도시를 가보아도 건축물의 구조나 문화의 양상이 엇비슷하다. 의식주에서부터 이런 저런 예술행사에 이르기까지 그 도시만의 특성이나 정체성을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다. 이런식의 문화 획일화에서는 지역문화가 꽃필 수 없다.
 이탈리아는 로마의 문화권과 밀라노의 문화권이 다르다. 수도는 로마이지만 오페라의 진수를 보려면 밀라노엘 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서울의 문화패권주의에 옴짝 달싹도 못하고 있다. 정치, 경제뿐만이 아니라 문화의 모든 양상들이 서울에 모여들어 문화과밀 현상을 빚고 있다. 문화에 있어 서울은 과밀학급이고 지역은 폐교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서울의 문화하면 고급의 문화로 치부되고 지방의 문화하면 그보다 한 수 아래인 것으로 생각되기 십상이다.

 문화는 삶의 총체적 양상이므로 경제처럼 그 가치가 금세 드러나거나 저울질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역문화는 겉 모습만 보고 그 무게를 저울질하거나 비교우위론적 시각에서 조망할 성질이 아니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문화의 나무를 육성하기 위해선 기후, 풍토에 맞는 거름을 주어야 제맛이 나는 문화의 열매를 거두는 것이다. 획일적인 화학비료로서는 웃자람만 있을뿐 향기나는 지역문화의 열매를 보기가 힘들 것이다.

 문광부에서는 이른바 「찾아가는 문화활동」을 크게 늘리는등 지역문화의 해에 따른 여러가지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문화활동에서 소외되기 쉬운 농촌주민에게 이같의 유형의 정책은 매우 유용한 것이나 1회성에 머무른다면 감질만 날 것이다. 문화는 스쳐가는 바람이 아니다.
 지역문화 창달은 고급의 문화로 평가절상된 서울문화를 저급의 문화로 평가절하된 지방에 단순히 보여주는 작업에서 찾을 일도 아니다. 중앙문화의 이식이 아닌 지역 문화 묘목 심기가 지역문화의 해에 합당한 키워드일 것이다.

 지역문화 심기란 바로 문화의 자생력을 갖추는 일이다. 지역문화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창조력을 부단히 북돋워야 이 목표로서의 접근이 가능하다.
 불행히도 지역문화는 그 특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으나 이를 개발할 힘이 없다. 문화공간은 늘 비좁고
 대다수 문화예술인들은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지역문화의 개발은 문화의 기본시설부터 확충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아무리 농사를 짓고 싶어도 땅이없으면 허사다. 지역문화 발전의 주체는 마땅히 지역문화예술인이어야 한다. 정부는 지역문화의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물을 흠뻑 주어야 한다. 그리고나서 문화의 나무 가꾸기는 지역인들에게 맡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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