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 지난해 공기업들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단체가 감시대상인 공기업들에게 그것도 가뜩이나 혈세를 축낸다고 눈총받고 있는 시점에서 액수를 정해 놓고 후원금을 요청했다는 것은 백번을 양보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경실련이 이정도라면 군소 시민단체나 특히 지역에 뿌리를 두고 활동중인 시민단체들의 궁핍한 재정도 알만하다.

 도내에서도 최근들어 시민단체들의 역할이나 영향력이 하루가 다르게 증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6대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낙천ㆍ낙선운동을 비롯 단체장 판공비 공개나 지방의회의 예산심사 감시,수뢰 지방의원 사퇴운동은 물론이고 지역내 크고 작은 각종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등 행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시민없는 시민단체라는 일부의 비아냥에도 불구 시민단체가 이같이 폭넓은 활동을 할수 있는 힘의 원천은 전적으로 도덕성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내 시민단체들은 많아야 1천여명안팎의 회원들로 구성돼 사실상 회비만으로는 단체운영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때문에 상당수의 지역 시민단체들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기업인이나 지인의 도움을 받거나 견제.감시 대상인 공기업들에게 후원의 밤등 각종 행사에 일정액의 팸플릿 광고료나 후원금 명목으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시민들이 자신들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후원에 나몰라라 하면서도 시민운동의 성과는 함께 맛보려 한다고 생각할수도 있고 시민을 위해 일을 하기위한 최소한의 선택이라고 항변할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감시대상으로 꼽고 있는 공기업들에게 후원을 요청하는 행위는 사실상 압력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시민단체들의 재정적 압박이 아무리 심각하다 하더라도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성 감시·견제를 주요 활동의 하나로 삼고 있는 시민단체가 스스로의 도덕성을 의심받는 행위를 할 경우 이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시민운동 자체가 위협받을수 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들어 시민단체들이 활동반경을 지나치게 확대하면서 전문성 결여나 백화점식 운동,나아가 지나친 압력단체화를 우려하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때문에 시민단체 스스로 철저한 자기관리와 전문성을 갖추는 노력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재정문제나 시민운동 활성화는 시민참여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시민없는 시민운동은 자칫 시민운동가를 위한 시민운동이라는 한계에 부딪힐수 밖에 없다.
 도내 시민단체들이 올 주요 사업중 하나로 회원배가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이같은 문제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올바른 지방자치 정착이나 시민들의 권리찾기 등을 추구하는 시민단체는 선진 사회구축에 없어서는 안될 소금과도 같은 존재이다.
 모쪼록 시민단체들이 이번 파문을 시민들에게 한발 더 다가설수 있는 자성과 자기혁신의 계기로 삼 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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