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 국민의 관심은 온통 국가의 경제위기였다. 나라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말이 떠들썩한 가운데 급기야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와서 국정쇄신책을 발표한다고 했었다.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지금 나라 상황은 점점 꼬여들고 있다. 도무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가늠할 수가 없을 정도다.

 여당의 당직개편이 있은 직후 연말에 정치권을 뒤흔든 민주당 의원 3명의 자민련 입당 파문을 시작으로 연초 여야 영수회담결렬, 안기부 자금 파동에다 급기야 DJP회동으로 민주당과 자민련간의 공조복원까지의 정치권 바람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경제위기 극복을위해 금융, 공공등 4대부문 개혁에 관한 대책등은 관심밖으로 밀리고 오직 대권 내지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이전투구식 난장판 정치만이 벌집을 쑤셔놓은듯 하다.

 요즘 정치권 상황을 보는 국민들은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반문하며 우리 사회의 진정한 명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제위기. 리더십부재등 총체적위기라는 사태의 본질이 정쟁으로 희석되고 있는 것 같다. 「의원 이적」사태나 「DJP 공조복원」「안기부 자금파동」 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조차 국민들은 관심이 둔감해지는듯 하다.

 민생은 뒷전이고 상대방 흠집내기나 내몫 챙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이미 오래된 정서이지만 특히 요즘들어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러다간 정치허무주의와 냉소주의가 더 번지지 않을까 저으기 걱정된다.
 민주주의란 원래부터가 인내심을 요구하는 험난한 길이다. 때에 따라서는 험담도 오가고 부득불 당리당략을 내세우며 공방전을 벌이는 정치적 속성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나 어려울때는 여야가 합심할 줄도알고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

 발등의 급한 불은 함께 끄고 볼 일이 아닌가. 진화작업을 한 후 서로의 잘잘못을 따저도 늦지 않다. 당초 여야는 2001년들어 상극이 아닌 상생의 정치를 펴겠다고 다짐을 했지 않은가. 그런데 그말이 식기도 전에 정치판은 또다시 상극으로 치닫고 있으니 국민적 지탄을 받을만도 하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여야의 공방전속에 민생은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있다. 실업자는 늘어나고 경기는 꽁꽁 얼어붙고 고개숙인 가장의 겨울나기 걱정이 태산같은데 정치권의 관심은 기세 싸움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란 모름지기 국민을 토대로 하며 정권 또한 그 토대위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생을 최우선시하는 초심을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정치권의 다툼을 보면 우선 이 일이 더 급하니 민생은 유보해달라는 식으로 까지 해석된다. 하루 하루가 버거운 서민들로서는 요즘의 정치판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처지다. 정치라는 장기판을 지켜보는 관중들도 이제는 지쳤다. 지치다 못해 관전을 포기할 정도다.
 연장전을 거듭해도 게임은 끝나지 않고 갈 길은 멀다. 정쟁을 잠시 접어두고 민생안정과 경제 회생에 호흡을 맞추는 정도의 정치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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