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어제 연두 기자 회견을 갖고 국정 전반에 걸친 올해의 청사진과 소신을 펼쳐 보였다.
 밀레니엄을 뛰어넘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할 일이 어디 한 두 가지이겠는가. 남북한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하고 정치의 정도를 세워야 하고 하강곡선으로 접어든 경기를 끌어 올리야 하는 복잡다단한 숙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국가 최고의 통치권자에게는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명제가 늘 주어진다. 그 하나는 외교이고 다른 하나는 내치이다. 이 두가지 필요 충분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키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 대통령은 먼저 정치안정을 언급했다. 정국이 안정돼야 경제도 회복할 수 있고 사회 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자민련과의 공조복원도 강한 정부와 정치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민적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겠으나 야당의 비판은 온당치 않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정계 개편에 대한 질문에서는 논의해본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요즘 정가의 뇌관이 되고 있는 안기부 예산의 유용에 대해선 검찰이 전적으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못 박았다.

 사실 안기부 예산의 정치권 유입은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거액의 정치자금을 건넸다면 준 측이나 받은 측이나 국민적 지탄을 면키 어렵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 96년도의 문제가 하필이면 정국이 꼬여들어가는 이 시점에서 터지면서 소위 안기부 리스트가 나도는 것일까.
 한나라당도 이에 맞서 이른바 DJ 비자금설 의혹으로 맞불 작전에 나서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 이전투구를 벌일게 아니라 검찰에서 법의 논리대로 다룰 일이다. 여당이 됐든 야당이 됐든 사법의 심판대에서 법의 잣대로 공정하게 저울질하고 밝힐 일이다.

 국민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정치권의 공방전이 아니라 바로 민생과 경제 회복에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옛 말이 있듯 내 배가 고프고 보니 정치판을 구경할 겨를도, 흥미도 없다.
 대통령이 이번에 천명했듯 하반기에는 우리나라 경제가 연착륙하고 경제성장이 6%에 진입하는 장밋빛청사진이 꼭 실현되길 바란다.

 가뜩이나 우리의 경제가 서울에 몰려있는데다 경기침체로 지방의 경기는 이번의 한파처럼 꽁꽁 얼어붙고 있다. 대통령의 지적대로 지방의 경기는 건설, 유통업이 버팀목 역할을 해왔는데 그 버팀목에 이상징후가 생긴 것이 벌써 오래다.
 계층간에 경제의 빈부 격차가 심한 것도 문제이지만 지역간의 격차도 간과할 일이 아니다. 이에 정부는 지방의 주택사업 등 건설경기를 이끌어 가는 사업과 더불어 신시가지 개발, 재래시장 육성책 등을 지역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국가의 부(富)란 지역 곳곳에서 축적돼야 큰 힘을 갖게 된다. 중앙만 살찐다면 그건 기형아에 불과하다. 구조조정과 개혁이란 결국 도덕적 경제적 기형아를 정상아로 복원시키는 작업이다. 자생력을 가진 경제의 정상아를 분만하려면 모세혈관과 같은 지역경제부터 살려놓고 볼 일이다. 모세혈관이 튼튼하면 순환기 전체가 튼튼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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