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피해주민들은 지난 60년부터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를 상대로 무려 13차례나 되는 소송과 소청을 제기했지만 전쟁중 행위로 국가배상 책임이 없다거나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한번도 받아들여지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년여에 걸친 조사끝에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노근리 민간인 학살 사건과 관련해 유감 성명을 내놓았고 이 사건에 대한 미군의 책임을 인정한 국방부 보고서가 함께 발표됐다. 하지만 아직 종결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전쟁행위중 미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랜 전통을 깨고 미군에 의한 노근리 양민 학살의 실체를 인정했다는 점은 이례적인 일이며 이에대한 입장 표명의 주체도 국가원수라는 점 또한 그렇다. 하지만 미국측의 진솔한 사과가 포함되어있지 않다. 또 보상 약속도 없다. 다만 위령비 건립과 유가족 장학금을 내놓는다고 했는데 물론 없는 것 보다는 나을지 모르지만 수많은 무고한 양민의 억울한 죽음을 보상하는 데 어떻게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정부당국이나 전문가들은 그나마 다행한 것은 보고서와 클리턴의 성명 내용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렇지만 아쉽다. 미국은 세계최강국으로 타국에 사과하는 것을 체면손상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자신들이 항상 자처하는 우방국의 국민들을 섭섭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결국 미국 국익에 더 큰 손실이 될지 모를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정부의 노근리에 각별한 관심과 지원도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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