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상의 기생은 「지난 날, 노래와 춤을 배워 술자리에서 흥을 돋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자」로 되어 있다. 예로부터 시인 묵객과 기생은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잘 어울렸다. 여기서 탄생한 것이 이른바 「기생문학」이다. 기생문학의 발군은 단연 이상(李箱)이 꼽힌다. 그의 대표적 소설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봉별기」는 기생 금홍과의 사랑놀음을 작품화한 것이다.

19세기와 20세기의 틈바구니에 끼여 고민을 했던 이상은 요양차 황해도 백천 온천을 찾아간다. 봉별기의 도입 부분은 대충 이렇게 시작된다 「나비만큼 수염을 남기고 저녁이 어둡기를 기다려 장고소리나는 곳으로 찾아갔다. 게서 만난 것이 금홍이다. 화가 K씨와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내가 이겼다. 금홍은 그날 밤 내 무릎에 안겨 스무살 전에 머리를 얹힌 경험이 있다는 것을 고백했다」.

봉별기의 마지막 부분은 민요 육자배기를 인용, 「그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그늘진 인생에 불질러 버리라...운운」으로 끝난다. 이렇듯 문학속의 기생은 술을 따르고 장고를 칠망정 휴머니즘은 끝까지 지켰다. 얼마전 「묏버들 꺾어 보내노라 님에게」로 유명한 홍랑의 시조가 원본 형태로 발견됐다. 홍랑은 금홍이가 대적할 수 없을 정도의 「인텔리 기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손님과 술집여자 사이에 그런 휴머니즘은 없다. 남아 있다면 술값보다도 더 많이 나오는 팁이다. 지금의 중년이후는 그래서 나무젓가락으로 상을 탁탁치며 술을 마셨던 때를 그리워 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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