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작된다는 날이 입춘(立春)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立夏), 가을이 시작되는 입추(立秋),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立冬)과 함께 사립(四立)라 부른다. 그래서 입춘 전날은 겨울이 끝나고 봄으로 접어드는 경계라 해서 절분(節分)이라 한다. 농사를 주로 하는 민간에서는 입춘날 새해 첫날로 치는 관습이 있다. 농가에서 밭에 씨 뿌리기를 시작하는 날을 88야(夜)라 하는데, 입춘날로 부터 88일 째를 가리킨다.

입춘이 되면 민간에선 입춘방(立春榜)을 붙이거나 농사 점을 친다. 입춘방은 새봄의 축원을 담은 글귀를 써 기둥이나 대문에 붙이는 것. 대개 만사 형통을 비는 내용이 담기는 게 보통이다. 농가에서도 보리 뿌리의 수를 보고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한다. 뿌리가 세 가닥이 넘으면 풍년, 한 가닥이면 흉년으로 풀었다. 입춘 굿을 크게 하는 제주도에서는 이날 바람이 불면 밭농사가 안 되는 것으로 쳤다.

입춘날에 부녀자가 남의 집에 가지 않는 풍속도 전해온다. 이날 남의 집에 가면 밭에 잡초가 무성해진다는 속신을 맏었던 것. 수염이 많은 남정네들도 이날은 남의 집을 찾아가지 않았다. 역시 수염을 잡초와 연관 지어 생각했던 것이다.
아무튼 입춘은 새로운 것을 희망하는 국민의 소망을 간직하고 있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공동대표 박기호 신부등 4인)은 6일 충북 청원군 청소년수련관에서 나라의 현실을 걱정하는「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정부에 3대개혁 입법을 촉구했다. 아마도 정부(政府)의 입춘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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