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나 봄소식이 완연한데 때아닌 광우병 광풍(狂風)이 세차게 불어 지구촌을 꽁꽁 얼게하고 있다. 서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광우병 공포에서 우리나라는 무풍지대이거니 안심했더니 동물성 사료를 소에게 먹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우리도 이같은 공포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농정당국에서는 음식 찌꺼기를 먹은 소가 광우병과 무관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음식 지꺼기로 만든 사료의 급여를 소에 대해서는 금지시키고 있다. 이는 앞 뒤가 전연 맞지않는 조치다.

 광우병 불똥은 우리나라 축산기반을 송두리채 흔들어 놓고 있다. 가뜩이나 구제역 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축산농가가 한 숨을 돌린만 하니까 이번에 광우병 공포가 급습하고 있다. 소값은 뚝 떨어지고 축산농가는 영농의지가 꺾이면서 시름에 잠겨 있다.
 피해는 축산농가 뿐만 아니다. 어렵게 음식물 찌꺼기 사료를 만들어 판매하던 관련 업체도 줄줄이 도산위기에 놓여 있고 쇠고기를 취급하는 정육점, 백화점, 음식점 할 것없이 연쇄적으로 광우병 된서리를 맞고 있다.

 당국은 우리나라가 광우병 청정지대임을 밝히면서 안심시키고 있으나 우선 소비자들로 보면 쇠고기 먹기가 왠지 찜찜하다. 광우병과 무관하다는 스티커가 여기 저기 붙어 있으나 매장은 썰렁하고 소비자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광우병은 잠복기간이 3~5년이므로 언제 어디서 발병할지 모른다는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당국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소비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는 광우병으로 부터 무풍지대로 알려졌으나 태국에서 이미 2명의 환자가 발생하였다. 그 반갑지않은 손님이 언제 동진(東進)할지 모를 일이다.
 현재로서는 우리나라에서 광우병 발병 사례나 징후가 없다해도 세계화, 무역자유화의 바람속에 광우병이 숨어 들어올 개연성을 전연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정당국에서는 보다 설득력 있는 광우병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광우병 발병 지역으로 부터 철저한 쇠고기 금수조치와 더불어 역학조사를 통해 그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 태국도 광우병 안전지대로 여겼다가 환자가 발생하자 드디어 광우병 경보를 발동했다. 호미로 막을것을 가래로 막는다고 설마하는 안이한 대처는 불행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초식동물은 원래 풀을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소, 양, 염소 등 되새김을 하는 반추동물은 풀을 먹여야 함에도 이를 무시한 인간의 무지와 욕심이 결국 큰 재앙을 불러 일으켰다.
 소가 미치니까 사람도 미치고, 축산 농가도 미칠 지경이다. 이러다가 세상이 미쳐 돌아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그동안 식생활 개선으로 우리의 식단도 쇠고기 등 육류가 급증하는 서구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제와서 육류의 대명사격인 쇠고기를 안 먹을 수도 없다.
 채식주의자들이야 상관이 없다고 하겠으나 자녀의 발육상 쇠고기 섭취를 외면할 수도 없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없는 어정쩡한 소비심리를 추스리는 안심(安心) 농정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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