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시대에 걸맞게 졸업식의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고 한다. 종래 눈물바다를 이뤘던 졸업식과 달리 춤과 공연 등을 통해 졸업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기는 이색 졸업식이 일부학교에서 시행됐다는 소식이다.
 두툼한 졸업앨범 대신 가벼운 CD 한장이 제작, 배포되는 것은 보편화 추세에 놓여 있다. 그 CD속에는 학예회, 운동회, 특별활동, 소풍 등 학창시절의 이런 저런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리운 친구의 얼굴도 CD 한장이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별, 반별 홈페이지까지 구축하고 있다고 하니 교복시대로서는 격세지감을 아니 느낄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아날로그 시대의 중ㆍ고 졸업식에는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났었다. 교복을 마구 찢는가 하면 밀가루를 뒤집어 쓰기도 하고 심지어는 유리창 등 학교 기물을 부수는 예도 더러 있었다.
 이는 일종의 반항 심리이자 통제로 부터의 해방감 등으로 해석된다. 학교와 교복을 청소년기의 자유를 억압하는 어떤 통제수단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기성세대들은 이 빗나간 졸업식 광경을 개탄했지만 그 악습은 좀체로 고쳐지지 않았다. 대학 졸업식을 보면 밀가루 세례는 없으나 졸업식장이 썰렁하기가 다반사다. 신성한 학위수여식에 참석해야할 졸업생들이 이를 외면한채 캠퍼스 곳곳을 누비며 사진찍기에 바쁜, 보기 흉한 모습은 지금도 재연되고 있다.
 서구에서는 졸업을 「코멘스먼트」라고 부른다. 이는 학업의 끝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출발을 뜻하는 말이다.
 졸업이란 또다른 시작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ㆍ고로 진학하고 그후엔 대학으로, 대학원으로 진학하며 종당에는 사회로 배출되는 것이다. 요즘은 사회에서도 평생교육을 통해 학업을 계속한다. 즉 공부란 사람이 평생을 통해 추구해야할 과제이자 이상이다.

 따라서 졸업식은 이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고 다짐하는 방향으로 치러졌으면 한다. 졸업식을 아날로그식으로 하든 디지털식으로 하든 그건 어디까지나 학교의 선택사항이다. 어떤 방식으로 졸업식을 치르던 간에 졸업의 참된 의미가 퇴색되지 않았으면 한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듯 만난 사람은 필히 헤어지는게 자연의 이치다. 그래서 졸업식은 석별의 정으로 얼룩져 있다. 정든 교정과 선생님, 그리고 급우들과 헤어지는 아픔으로 인해 눈물바다를 이뤘던 것이 종래의 졸업식이다. 저마다 살기가 벅찼던 시대상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서러웠던 것이다.

 「강물이 바다에서 다시 만나듯」하는 졸업식 노래 가사가 말해주듯 헤어진 사람은 언젠가 또 만난다.
 재회의 장소가 직장이 됐든 이국만리가 됐든 서로 떳떳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 찬란한 재회를 위해서라도 졸업식은 한맺힌 듯한 눈물의 장이 아니라 다짐의 장이자 또다른 축제의 장을 지향했으면 한다.
 졸업 축제는 단순히 먹고 마시고 노는게 아니다. 서로의 새 출발을 축하해 주고 스승과 급우에게 감사의 마음과 우정을 나누는 자리라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졸업이란 화려한 새 도약을 위한 워밍 업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