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을 동토로 만들며 맹위를 떨쳤던 강추위도 봄이 접어든다는 입춘과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가 지나면서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기 시작했다.동장군도 자연의 섭리를 이겨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다음달 5일은 24절기 중 세번째인 경칩(驚蟄)이다. 경칩은 땅속에 들어가 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절기로 초목에 물이 오르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개구리)과 벌레들이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이 무렵에는 개구리들이 땅속에서 나와 물이 고인 곳에 알을 낳는데 그 알을 먹으면 허리 아픈 데 좋다고 해서, 경칩날에 개구리알을 먹는 풍습이 전해오고 있다.선조들은 이날 토역(土役,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담벽을 바르거나 담장을 쌓았으며,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즙을 마시면 위병이나 성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약으로 먹기도 했다.경칩은 또 연인의 날이기도 하다.

봄은 바야흐로 청춘 연인들의 계절이다.고대 로마에서는 2월 보름쯤에 「루페르카리아」라는 축제날이 있었는데, 젊은 아가씨의 이름을 적은 종이 쪽지를 상자에 넣고 동수(同數)의 젊은 총각으로 하여금 뽑게 하여 짝지어 주는 신나는 사랑의 날이었다.서양의 발렌타인데이(2월 14일)도 봄이 오는 길목에 있다. 우리 나라도 은밀히 사랑을 주고 받는 연인의 날이 있었다.벌레들이 겨울 잠에서 놀라 깨어난다는 바로 경칩이 그날이다.이날 선남선녀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 은밀히 은행을 나누어 먹었다. 신토불이?발렌타인 데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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