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을 자던 동물이 깨어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는 경칩이 지났다. 산과 계곡에는 잔설이 아직 남아 있지만 남녘에서 봄소식이 빠르게 전해오고 있다. 하지만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뿌연 황토 먼지인 황사(黃砂)가 온통 하늘을 뒤덮고 있다. 흙비(土雨), 흙안개(黃霧), 피비(黃雨) 등으로 표현되는 황사는 사람들에게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있지만 최근에는 가축전염병인 구제역(口蹄疫)을 옮기는 매개체로 의심받고 있다.

황사는 조선시대에도 발생한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태종 11년에는 14일 동안이나 흙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있고 성종 9년에는 흙비가 내린 것에 대해 임금이 정치를 잘 못하거나 자격 없는 사람이 벼슬자리에 앉은 것에 대한 응보(應報)라는 기록도 있다. 또 숙종 7년에는 강원도와 평안도에 흙비가 내려 옷에 혼탁한 황톳물 자국이 남았다는 내용이 있다.

황사의 고향은 중국의 신장과 황하 상류지역, 몽고와 중국의 경계에 걸친 넓은 건조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안개처럼 뿌연 황사가 아니라 무시무시한 모래 폭풍이 일어난다. 강한 바람과 함께 모래먼지가 갑자기 나타나 1km 밖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모래 폭풍은 엄청나게 강력해 중국에서는 이를 흑풍폭(黑風暴)이라고 한다. 황사는 태양 빛을 차단하고 농작물ㆍ활엽수의 생육 장애, 호흡기ㆍ안질환 유발, 반도체등 정밀기계 손상 가능성 증가등 부작용이 많다. 우리나라는 요즘들어 황사때문에 구제역이 혹시나 발생하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엄청난 피해를 가져 오는 구제역 예방을 위한 당국의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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