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부지 변경·사업비 축소 안간힘...문체부 승인 안해

[중부매일 이민우 기자] 청주시가 어린이들에게 문화예술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추진했던 어린이미술관 건립이 수포로 돌아갔다.

당초 계획을 수정해 사업비를 줄이면서 국비 확보에 나섰으나 올해 정부 예산 반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22일 청주시에 따르면 국립 어린이미술관 건립은 2016년부터 국비를 확보해 추진할 계획이었다.  국립 현대미술관 청주관이 들어설 옛 연초제조창 터에 지어 이곳을 청주의 새로운 복합문화 공간으로 꾸민다는 구상을 세웠다.

전체 면적 2천671㎡에 지상 3층 규모로 건립한다는 밑그림도 그렸다. 2017년 첫 삽을 뜬 뒤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시가 미술관 건립에 나선 것은 어린이를 위한 문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청주에는 어린이 전용 미술관은 사설로 운영되는 1곳 밖에 없다.

어른과 어린이들이 한 공간에서 문화를 접할 기회를 준다는 목적도 있다. 시가 미술관 조성 예정지로 옛 연초제조창을 점찍은 이유다. 이곳에는 현대미술관 청주관이 둥지를 튼다.

사업비 100억원은 전액 국비로 지원받을 계획이었지만 국비 확보에 실패하며 추진에 차질이 생겼다. 당시 문체부는 어린이미술관 건립과 관련한 사업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조성 부지를 변경하는 등 계획을 수정했다. 국비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흥덕구 복대동 대농근린공원 내 다목적전시관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기로 했다. 예산도 건물 신축이 아니어서 절반인 50억원으로 축소됐다.

연면적은 1천204㎡이며 지하와 지상 각 1층 규모다. 사업 기간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로 조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정 계획도 물거품이 돼 버렸다. 우선 어린이미술관 건립을 놓고 충북도와 의견차가 생겼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규모를 확대해 종합 문화복합 공간 등으로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반면 시는 국비 확보가 쉽지 않아 규모를 키우는 것은 어렵다고 맞섰다.

이런 상황에서 시는 2018년 국가예산 사업 반영을 문체부에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술관 관련 사업이 없는 만큼 지원도 불가하다는 것이다.

결국 시는 국비 확보가 어려운 가운데 지속해서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포기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 때문에 시가 정부 예산 확보 방안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국비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없어 미술관 건립을 포기하게 됐다"며 "현재로선 사업을 계속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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