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킹게이트의 베일은 벗겨질까
두루킹게이트의 베일은 벗겨질까
  • 박상준 기자
  • 승인 2018.04.22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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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칼럼]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경남도지사 출마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04.19. / 뉴시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경남도지사 출마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04.19. / 뉴시스

7세기 신라 수도 서라벌에 요상한 루머가 퍼졌다.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가 밤마다 '연인'과 데이트한다는 소문이 난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아니다. 실은 산에서 마(麻)를 캐서 시장에 내다 파는 가난한 청년 서동이 선화공주가 예쁘다는 소문을 듣고 '공주가 매일 밤 남몰래 서동을 찾아 간다'는 노래를 퍼뜨린 것이다. 소문만 듣고 분노한 진평왕은 선화공주를 내쫓고 서동은 궁밖에 기다리고 있다가 공주를 부인으로 맞는다. 헛소문으로 사랑을 쟁취한 것이다. 진위 여부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허위 정보에 쉽게 쏠리는 인간 심리를 잘 드러낸 흥미로운 설화다.

서동요는 '여론조작'을 설명할 때 흔히 거론되는 사례다. 사람들은 가짜 정보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회자되면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2년 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연구팀이 450만 건에 이르는 뉴스 분석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론조작은 다방면에서 이루어졌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들은 여론조작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경쟁자를 무너트리거나 권력을 쟁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돌프 히틀러는 대중의 심리와 여론조작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간파해 성공한 인물이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기술, 가톨릭교회의 조직과 포교방법, 제1차 세계대전 중 영국이 구사한 선전술, 프로이트의 심리학까지 연구했다. 히틀러는 대중이란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호소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비합리적이며 비과학적인 애매한 원칙에 의해 움직인다고 확신했다. 히틀러는 저서 '나의 투쟁'에서 대중을 현혹시키기 위한 법칙을 밝혔다. 그중에 눈에 띄는 것이 '간단한 요점을 수천 번이고 반복할 것'과 '대중의 관심을 잃지 않을 것'등이다. 이는 인터넷 포털과 SNS 시대에도 통할 수 있는 전략이다. '선플' 또는 '악플' 폭탄으로 온라인 여론을 장악하는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은 MB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처럼 '폭풍 댓글'로 여론을 왜곡시키기 위한 것이다. '드루킹'이라는 필명을 쓴 민주당원 김 모 씨는 온라인 여론 점유율은 곧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여론이 댓글을 낳는 것이 아니라 댓글이 여론을 만든다는 공작정치 지향적인 가치관의 신봉자였다. 댓글 조작은 여론 쏠림 현상으로 변질된다. 진짜 여론은 묻히고 가짜 여론으로 선거판을 바꾼다. 지난 대선에서 한때 지지율 1위로 뛰어올랐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두루킹의 '안철수는 MB아바타'라는 댓글 공격에 기세가 꺾였다. 이런 환경에서는 건전하고 올바른 여론형성은 실종되고 온라인 선전·선동이 기승을 부린다. 무엇보다 이들의 무기였던 '매크로 프로그램'은 댓글전쟁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다. 이번 지방선거에도 안 쓰인다는 보장이 없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댓글공작의 전위부대인 경공모(경제공진화모임)를 이끌었던 두루킹이 정권 실세인 김경수 의원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도 흥미롭다. 댓글 브로커가 기업의 아킬레스건을 갖고 협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정권을 상대로 거래했다는 것은 힘이 세졌거나 판도라상자 속의 비밀을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두루킹은 게이트라는 이름으로 지방선거 판세를 흔들고 있다. 두루킹 배후설로 주목을 받았던 김경수 의원이 경남지사 출마선언을 한 것은 의외다. 이판사판이라는 심정 때문일까. 그의 출마로 두루킹게이트는 여야의 선거 전략을 바꿀 만큼 더욱 흥미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권력이 개입된 정권 차원의 게이트'인지 아니면 '명확한 근거나 증거 없는 마녀사냥'인지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는 도무지 미덥지 못하다. 수사착수 한 달이 되도록 두루킹 배후인물과 경공모 연간 운영비 11억원의 출처가 오리무중이다. 그렇다고 특검도입도 불투명하다. 이런식이면 이 정권에서 그토록 외치는 적폐청산 절대 안된다. 두루킹게이트의 어두운 베일은 현 정권이 벗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정원 댓글'이나 '세월호 7시간의 비밀'처럼 소문만 양산하다 다음 또는 그 다음 정권에서 요란스럽게 진상(眞相)이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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