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원래 돌려 보는 것...여기가 '작은도서관'"
"책은 원래 돌려 보는 것...여기가 '작은도서관'"
  • 김미정 기자
  • 승인 2018.04.22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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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소상공인] 47. 청주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 '대성서점'
젊은시절 책이 좋아 서울 종로 헌책방거리 5년 근무인연
1973년 청주 북문로서 오픈 46년째 운영, 70년대 호황
이틀에 한벌꼴 고물상 돌며 모아...155년 된 고서등 다양
고고학자 이융조 교수 등 단골..."100세까지 운영 목표"
45년 역사의 대성서점은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이다.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청소년광장 인근에 있는 대성서점을 운영하는 팔순의 박봉순 사장이 9평의 공간에 가득 쌓여있는 1만여 권의 헌책들 사이에서 고서를 확인하고 있다. / 김용수
45년 역사의 대성서점은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이다.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청소년광장 인근에 있는 대성서점을 운영하는 팔순의 박봉순 사장이 9평의 공간에 가득 쌓여있는 1만여 권의 헌책들 사이에서 고서를 확인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책은 원래 돌려서 보는 거지. 여기가 '작은' 도서관이여."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 '대성서점'(상당구 북문로2가) 박봉순(80) 사장은 오늘도 헌책방을 홀로 지킨다. 
 
어느덧 올해로 46년째다. 그는 버려진 책을 '이용 가능한' 책으로, '함께 보는' 책으로 만들고 있다.
 
9평(29.7㎡)의 좁은 공간에는 헌책 1만권이 나름 질서있게 쌓여있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다닐 만큼의 공간을 제외하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온통 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9평짜리 '헌책도서관'에서 그는 사서이면서 관장이고, 책 공급자이면서 도서관 이용자가 된다.
 
"요즘은 사람들이 책을 안 사기도 하지만, 버리기도 잘해요. 책을 귀하게 여겨주면 좋겠어요."
 
올해로 여든, 세월의 흔적이 아로새겨진 그의 주름살처럼, 대성서점에는 세월의 손때 묻은 헌책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먼지를 머금은 케케묵은 종이 냄새, 갓 찍어낸 새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래된 눅눅함, 일종의 '세월의 냄새'가 자욱하다.
 

전자책이 넘쳐나며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박봉순 사장은 헌책방을 찾아올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 김용수
 

 

"4월 7일에 꽝 쳤어요. 한 명도 안 왔어. 허허허(웃음). 4월 9일에는 1권 팔았고…."
 
하루종일 가게를 지켜도 손에 쥐는 돈은 넉넉지 않다. 요즘 같을 때에는 공치는 날이 허다하다. 그래도 그는 웃는다.
 
"한달에 얼마 버냐고요? 공치는 날이 많아요. 그래도 나이 먹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대성서점은 1973년 청주에서 헌책방으로서는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한때 7~8개에 달하던 청주시내 헌책방들은 경영악화로 하나둘 문을 닫아 지금은 2곳만 남아있다. 대성서점과 한두 발짝 거리에서 중앙서점과 보문서점 3곳이 40년 가까이 함께해왔지만 2년전 보문서점 사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두 곳만이 남게 됐다.
 
"청주역이 여기(북문로2가) 있을 적에 문 열었어요. 당시에는 가게 바로 앞에 중앙극장이 있었고 길 중간에 가로수가 있었어요. 청주의 중심길이었지. 그때는 사람이 많았어요."
 
대성서점은 1973년 옛 중앙극장 맞은편에서 지금보다 더 작은 가게로 출발했다. 이후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옮겼다가 1982년 지금의 자리에 정착했다.
 
"70년대에는 점심을 못 먹을 정도로 바빴었어요. 휴일도 없었어요. 하루에 150권씩 헌책이 나갔지. 요새는 한두 사람 만나기도 힘들지만…"
 
가게 초창기에는 아침 8시에 문을 열면 사람들이 찾아와 책을 사갔단다. 연중무휴에 설날, 추석 명절 때에도 오전에만 쉬고 오후에 문을 열 정도였단다. 요즘은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저녁 7시에 닫는다.
 
"요즘은 학생들 만나기가 참 힘들어요. 책보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많이 얻으니까. 책을 등한시하는 게 안타까워요."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청소년광장 인근에 있는 대성서점은 지난 1983년 오픈한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이다. / 김용수

 

대성서점이 다른 헌책방들과 다른 점은 '다양한 종류'다. 고서부터 참고서, 소설, 시집, 각종 사전, 어학서적, 전공서적, 역사서, 사진집, 잡지, 유아서적까지 없는 게 없다. 대성서점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은 155년 된 조선역사 교과서다. 1863년에 발간된 고서다.
 
"제가 책 욕심이 많아서 여러종류의 책을 다 모았어요."
 
단골 중에는 세계적인 구석기전문 고고학학자인 이융조 충북대 명예교수, 단재연구가 박정규 전 청주대 교수, 공주사대 국어교육과 故 하동호 교수 등이 있다. 청주출신 시인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문인시절 들렀었다.
 
"청주시청 직원이었는데 남요섭 씨라고, 충북과 청주와 관련된 책, 사진, 자료를 많이 갖고 있는 분이 있어요. 우리집에 자주 왔어요."
 
고서수집가 남요섭씨는 2014년 청주·청원 통합을 앞두고 30여 년간 소장해온 청주·충북 근·현대 생활문화사료로 전시회를 열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5년 전쯤, 군인이었는데 부대에서 책을 빌려보다가 잃어버렸는데 꼭 반납해야 한다고 찾아왔더라고요. 집이 부산인데 서울에서 찾다가 못찾고 우리집에 들렀다면서…. 옛날 영어책이었는데 마침 우리집에 있었어요. 5천원에 사갔는데 엄청 좋아하더라고."
 

박봉순 사장이 책방에 쌓인 수많은 책들 속에서 고서를 확인하고 있다. 박 사장이 갖고 있는 가장 오래된 책은 155년 된 조선역사 교과서이다. / 김용수

 

여든의 나이에도 그는 틈틈히 책을 읽는다. 책속에 둘러싸여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평온하다.
 
"젊은 시절에는 책을 많이 읽었어요. 지금은 나이가 먹어서 완독은 어렵고 서문은 다 읽어봐요. 이 책이 무슨 책인지 알고 있어야 하니까."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박 사장은 군 제대후 서울 종로 헌책방거리에서 5년간 직원으로 일했다. 이후 청주로 내려와 결혼했고 73년 서른다섯살에 대성서점을 연 것이다.
 
"책이 좋아서 헌책방에 취직한 거였어요. 그냥, 책이 좋아요. 70년대만 해도 책이 귀할 시절이니까 귀한 책을 내 손으로 정리하고, 내 곁에 두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헌책 수집도 그의 업무다. 격일로 자전거를 타고 고물상을 찾아다닌다. 하루에 1시간 30분 가량 고물상 투어를 하고 나면 '괜찮은' 헌책 10~30권을 건진다. 빈 자전거로 돌아오는 날도 더러 있다.
 
"고물이 요새는 1㎏에 100원이에요. 저는 3~4배 값 더 쳐주고 사오는 거죠. 10㎏이면 헌책 10~20권 정도 살 수 있어요."
 
앞으로 계획이 있을까.
 
"'그냥 이대로!', 이게 계획이에요. 나이가 80이니까 체력은 자신할 수 없고 체력 닿는데까지 해볼 거예요. 마음으로서는 100세까지 하고 싶지. 대성서점이 오래오래 문 열도록 내가 더 건강해야지요."
 
'책과 만나는 마음편한 공간', 박봉순 사장이 바라는 45년 된 헌책방 '대성서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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