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미호종개 / 뉴시스
미호종개 / 뉴시스

꽃잎이 바닥으로 내려오면 이제 작은 열매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생명의 시작은 화려하고 신비로운 일입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생명을 이어가려 할까요. 생명의 강함은 처음 생명을 받았을 때부터 이 땅에 자리 잡아야 하는 본능입니다.

생명의 강함은 환경과 상생합니다. 환경과 대적하기도 하고, 순응하기도 하면서 셀 수 없는 긴 시간을 적응하면서 살아온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적응도 갑자기 변화하는 환경에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인위적인 큰 변화에 생명은 큰 위협을 받습니다.

민물고기는 물이라는 한정된 공간으로 다른 생명에 비해 더 환경 교란에 취약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만나는 민물고기는 빙하기 때 해수면이 130미터 정도 낮아서 우리가 아는 강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강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금강에 서식하는 물고기가 거의 흡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후에 강이 바다로 막히면서 그 강에서만 서식하는 새로운 종들이 출연하게 됩니다. 그래서 금강에만 서식하는 미호종개는 빙하기 이후에 생겨난 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대략 200여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중에 60종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입니다. 보통 남한에는 만날 수 있는 종은 150종 정도 됩니다. 그중 충북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종은 대략 70~80여 종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충북에는 현재 서식지의 파괴와 개체수 감소로 인해 멸종위기종으로 보전되는 종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관심이 없다면 이 생명들은 언제 지구에서 사라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는 충북의 멸종위기종 분포를 조사 후 각 지역별로 멸종위기종을 지정했습니다. 앞으로 이 종들이 서식하는 시군에서는 선정된 물고기를 도민들에게 알리고 보전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 한강 수계로 단양군은 남한강의 전형적인 어류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멸종위기종Ⅱ급으로 지정된 연준모치의 서식지가 바로 단양군에 있습니다. 연준모치는 압록강, 두만강, 시베리아에 서식하며, 남한에는 강원도 일대에 서식합니다. 단양군의 연준모치 서식은 연준모치가 살 수 있는 가장 남쪽 지역으로 밝혀져서 더욱 특별한 종입니다. 제천은 멸종위기종Ⅱ급인 묵납자루를 지정했는데 조개에 산란하는 물고기로 제천에는 다양한 민물조개들이 서식하는 안정된 하천을 갖고 있습니다.

충주시는 최근에 밝혀진 종이자 멸종위기종Ⅱ급인 한강납줄개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한강납줄개는 북한에서만 서식하는 납줄개가 북한강에서 채집되면서 시작되었는데 그 후에 신종을 밝혀져서 한강납줄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강수계 중 가장 아래 지역 서식지인 충주시는 다른 곳보다 더 중요한 유전적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괴산군은 멸종위기종Ⅱ급인 돌상어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돌상어는 자갈이 있고 여울이 잘 발달된 곳에서 서식하는데, 청천지역이 이런 특성을 잘 갖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금강수계입니다. 진천군은 미호천의 상류지역으로 아직도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지역으로 멸종위기종Ⅰ급이자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보은군은 옥천군으로 이어지는 보청천에 멸종위기종Ⅰ급인 퉁사리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퉁사리 서식지는 매우 한정적인 구간에만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보전이 시급합니다.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숲해설가

옥천군은 금강의 상류로 멸종위기종이 특히 많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금강을 대표하는 물고기로 선정된 멸종위기종Ⅰ급인 감돌고기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영동군은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었던 멸종위기종Ⅱ급인 꾸구리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꾸구리는 눈의 동공이 변하는 특이한 형태를 갖고 있는데, 현재는 그 서식지가 점점 줄어서 보기 힘든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빠진 지역이 있는데 음성군은 미호천의 상류에 속하지만 하천의 오염이 심각해 아직까지 물고기를 선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에 비해 청주시는 고유종인 중고기가 무심천에 서식하는데 도심하천인 것을 감안해도 많은 개체수를 갖고 있습니다.

각 시군별로 멸종위기종을 선정한 이유는 하천은 모든 생명이 이어갈 수 있는 생태적으로 가장 중요한 환경적 요소입니다. 물고기의 서식지를 보전하는 것은 바로 하천을 건강하게 만드는 첫 번째 방법입니다. 인공증식으로 개체수를 늘리는 것이 보전이 아니라 바로 서식지를 보전해주는 것이 생명들의 다양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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