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을 확정해 직을 상실한 나용찬 전 괴산군수의 퇴임식이 24일 군청 회의실에서 열렸다. / 서인석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을 확정해 직을 상실한 나용찬 전 괴산군수의 퇴임식이 24일 군청 회의실에서 열렸다. / 서인석

나용찬 괴산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끝내 불명예 퇴진했다. 대법원은 어제 나 군수에 대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작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지 1년만이다. 그나마 짧은 임기내내 나 군수는 재판을 받느라 군정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이에 앞서 작년 11월에는 이승훈 전 청주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돼 중도하차했다. 이 땅에 풀뿌리민주주의가 도입된 지 벌써 24년이 지났지만 후보자들의 선거문화에 대한 인식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정당마다 '클린선거'를 구호처럼 외치고 있지만 말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나 군수의 당선무효형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괴산군에 끼친 폐해뿐만 아니라 깨끗하고 투명해야할 선거풍토에 상처를 남겼고 성숙한 지방자치 실현에 역행했다. 나 군수를 비롯 역대 괴산군수는 지역주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초대 군수는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또 무소속 3선 신화의 주인공인 임각수 전 군수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농지법 위반 혐의로 실형이 확정되면서 결국 보궐선거까지 이르게 했다. 전시행정에 현혹돼 '세계 최대 가마솥'을 만들어 소중한 혈세를 사장시킨 군수가 있는가하면 비리와 불법행위 등으로 주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지방자치를 후퇴시킨 인물도 있다. 늘 전임 군수의 말로(末路)가 좋지 않았지만 후임 군수도 오십보백보였다.

특히 아직도 '돈 선거'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나 군수도 선거과정에서 돈 봉투를 전달했다가 적발됐지만 최근엔 최병윤 전 도의원이 음성군수 선거에 나섰다가 유권자에게 상품권을 건 낸 것이 드러나 불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다. 돈으로 표를 살 수 있다는 후진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후보는 당선된다 해도 부패와 비리에 연루될 소지가 있다. 업자로 부터 검은 돈을 받았다가 자신의 얼굴에 먹칠하고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낙마한 자치단체장은 한둘이 아니다. 구본영 천안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 직전 취업청탁 대가로 2천만 원을 받은 것이 뒤늦게 밝혀져 지난 3일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다.

혼탁한 금권·관권 선거를 거치면서 선거법도 강화되고 국민의식수준도 높아졌지만 후보자들의 마인드는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선거운동 중 '돈 봉투'가 난무하고 '향응 제공'이 일상적이었던 과거의 선거풍토는 크게 달라지긴 했다. 하지만 아직도 선거에서 당선될 수만 있다면 사소한 불법은 무시하겠다는 당선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후보자가 많다. 당선된 이후엔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가 무색하게 자치단체장의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나용찬 군수와 구본영 시장등의 불행한 사례를 보면서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이젠 유권자들의 수준도 높아졌고 후보자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다. 후보들이 불법적인 관행으로 당선만 쫓다가는 패가망신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당선됐어도 법의 심판을 면할 수 없다. 후보자들이 당락을 떠나 준법선거, 클린선거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마음가짐을 새롭게 갖지 못한다면 차라리 선거에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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