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현철 사회·경제부

사진 /연현철
사진 /연현철

지난 17일 청주 가경시장의 한 상가 화장실 변기 안에서 임신 21주~24주쯤 출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산아가 발견됐다. 사산아는 출산되기 전 뱃속에서 이미 숨진 상태의 아기를 뜻한다. 아기의 폐에서는 자가 호흡의 흔적도 확인되지 않아 사산아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구두소견도 나왔다. 사산아는 며칠전부터 변기가 막혔다는 손님들의 불만으로 주인이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30㎝ 미만의 사산아 주변에는 탯줄과 태반도 함께 확인됐다.

사산아가 발견된 장소가 시장 상가 화장실이라는 점은 기자에게도 충격이었다. 현장 주변에서는 누가 아기를 유기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일주일이 넘었음에도 아기를 유기한 부모는 여전히 모습을 감추고 있다. 화장실 입구를 비추는 CCTV가 없고 워낙 골목길이다보니 경찰은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 분석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부모를 찾는다 하더라도 사체유기 등의 처벌 가능한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논의가 뜨겁다. 형법에는 분만 개시의 진통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사람으로 인정한다. 때문에 태아는 사람으로 볼 수 없어 사체유기죄가 성립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즉 경찰이 부모를 찾아도 처벌이나 입건 요건에 부족함이 생길 수 있어 전후사정만 확인하고 돌려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현철 사회·경제부 기자
연현철 사회·경제부 기자

예기치 못한 순간, 의도와 상관없이 화장실에서 사산아를 출산했다 하더라도 그 자리를 그대로 떠난 것에 대해서는 비난이 따라야 마땅하다. 신분과 환경 등의 이유로 임신과 출산을 숨겨야만 했을 사정이 있더라도 경찰이나 소방의 도움을 받았어야 했다. 사산아를 출산하게 된 안타까운 사연이 아기를 화장실 변기에 유기한 사건으로 변했다. 화장실 물이 변기속으로 사라지는 것과 달리 사산아가 변기를 막고있던 그 날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디선가 그 날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부모는 이제라도 모습을 드러내 숨진 아기에게 진실된 용서를 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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