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척추를 이루는 백두대간이 신음하고 있다. 백두대간을 찍은 항공사진을 보면 곳곳에 등뼈가 허옇게 드러나고 잇딴 산불로 검게 그을려 있다.
 난개발로 인해 산 정수리는 선혈이 낭자하며 상전벽해라는 말을 실감하듯 우람한 산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고 있다.
 작년 강원도 산불로 백두대간의 등뼈는 엉망이 되었다. 등뼈 뿐만 아니라 갈비뼈에 해당하는 소백 줄기도 상처 투성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인간의 이기심에 산자수명한 태백산맥, 소백산맥이 멍들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백두대간이 행여 없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산은 점차 메아리를 잃어가고 있다. 산을 오르며 반대편을 향해 외치면 금세 되돌아 오던 메아리도 대답이 신통치 않다.
 메아리가 힘을 잃은 것은 산이 병을 앓고 있다는 증거다. 첩첩산중마다 숨어 살던 메아리가 하나 둘 실종되고 있다. 돌산이나 황무지에선 메아리가 살 수 없다.
 백두대간에선 자연의 메아리 대신 불도저나 포클레인의 굉음이 천지를 진동시키고 있다. 서울 상수도 취수원인 팔당댐 부근에도 헐벗은 산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으며 호서의 명산 속리산 뒷자락도 온천 개발 열풍속에 천혜의 숲이 사라져 가고 있다.

 숲은 생명의 원천이다. 숲은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숲은 엄청난 물을 저장하며 필요할때마다 조금씩 생명수를 토해낸다. 댐에 저장된 물 보다도 숲에 간직된 물이 훨씬 더 많다.
 산을 망가뜨리면 숲이 없어지고 숲이 없어지면 산소와 물의 공급원을 잃게 된다. 그런데 이 간단한 이치가 지자체의 수입증대 사업이나 개발 열풍 앞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인간들은 언제까지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것인가. 지하자원을 모두 갉아 먹고 그 속을 쓰레기로 채운다면 나무도 자랄 수 없고 메아리도 살 수 없는 황무지로 변할게 뻔하다.
 이러한 난개발로 백두대간이 망가진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실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식목일날도 또 산불이 발생하여 상당수의 임야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심어놓은 나무를 잘 가꾸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백두대간이 화상을 입어 피부를 크게 손상하였지만 생명의 싹은 거기서 또다시 돋고 있다. 수십년은 걸려야 제모습을 되찾게 되겠지만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회복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백두대간의 곳곳을 파헤치던 각종 건설장비는 이제 백두대간의 생명력을 회복하는데 쓰여졌으면 한다. 개발드라이브에서 보존드라이브로 전환하는 당국의 정책이 아쉽다. 개발은 하나를 얻으려다 열을 잃는일이요 보존은 하나를 포기하고 열을 얻는 방법론이다.

 한반도 좁은 땅덩어리는 더 이상 파헤칠 곳도 마땅치 않다. 광산도 폐광이 속출하고 있다. 지하수를 채취하던 시추공들도 봄의 들녘에서 을씨년스럽게 흩어져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새 봄의 길목에서 백두대간이 신음해서야 되겠는가. 백두대간이 새 생명력을 찾도록 온 국민이 정성을 쏟아 나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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