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득렬 교수의 고사성어] 처음에는 실패했으나, 최후에는 승리함

失之東隅, 收之桑楡(실지동우, 수지상유)

찬란한 봄, 나무는 연두색 잎을 자랑한다. 꽃은 고운 빛깔로 우리 눈을 유혹한다. 살랑거리는 바람은 훈기를 품고 봄을 만끽하라고 속삭인다. 그래! 봄은 그리도 아픈 겨울을 이겨내고 희망을 쏟아낸다. 학교에는 고은 봄과 활달한 청춘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기쁘다. 이런 봄이 계속되었으면….

따스한 봄은 갑자기 남북의 대립까지 녹이는 힘이 있나? 이번 주말에 남북 정상이 한껏 물오른 봄을 배경으로 화해의 사진을 한 장 찍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동토의 암울함을 깨고 화해의 새로운 날을 맞을 수 있을까? 아니, 그러길 너무나 희망한다.

북한 정권이 세계의 무대로 나오게 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져왔다. 한쪽은 채찍으로 갈겨야 한다고 했고, 한쪽은 당근으로 달래야 한다고 했다. 매와 비둘기가 서로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울어댔다. 과연 어떤 것이 동기가 되었는지는 확실치는 않다. 다만 역사는 때가 되면 정반합의 쌍곡선을 그리며 전진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이번 주말을 기다려 보기로 한다.

실패도, 성공도 보장할 수 없는 지금. 과연 시작과 마무리의 전 과정을 어떻게 판단할 할 수 있을까? 실패가 성공으로, 성공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 오로지 성취해야 할 당위성,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굳건히 앞으로 나가는 것 이외에 어떤 방법이 있을까? 『後漢書(후한서)』 「馮異傳(풍이전)」에 지금 우리의 상황을 되돌아보게 할 고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漢(한) 光武帝(광무제) 劉秀(유수)가 東漢政權(동한정권)을 수립한 뒤, 大將(대장) 馮異에게 군대를 이끌고 赤眉(적미)의 반란군을 진압하도록 하였다. 赤眉軍이 거짓으로 패하고 달아나는 척하는 계략을 써서 回溪(회계)에서 漢軍(한군)을 대파하였다. 馮異가 營寨(영채)로 도망쳐 와서 다시 흩어진 병사들을 불러모으고, 사람을 赤眉軍으로 숨어 들어가게 한 뒤 내외에서 협공하여 효저에서 赤眉軍을 궤멸시켰다. 이 일이 있은 후, 劉秀가 조서를 내려 "馮異가 비록 처음에는 回溪에서 실패했으나 최후에는 면지 일대에서는 승리를 거두었다.

배득렬 교수
배득렬 교수

이는 마치 '해 뜨는 곳에서 잃어버린 것을 해지는 곳에서 찾아낸 것'과 같다"고 馮異를 위로하였다. 東隅는 해가 뜨는 곳으로 시작을 의미하고, 桑楡는 해가 지는 곳으로 결말을 이름한다.

북한 핵문제는 시작과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최근 급변한 북한의 태도에 약간 현기증이 난다. 허나 깊게 숨을 고르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최선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가늠할 필요하가 있다.

서두르면 馮異처럼 실패할 수도 있다. 허나 실패를 귀감으로 삼고 승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면 실패를 극복한 진정한 승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작이 좋다고 방심 내지 낙관은 금물이다. 그렇다고 성과가 미미하다고 비관할 필요도 없다. 그저 꾸준히 멀리 보고 천천히 가면 언젠가는 정상에 도달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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