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시설·차별화가 예약률 높여
잇단 대형웨딩컨벤션센터 건립
5년새 2곳 문열고 올해 1곳 예정
웨딩업체 포화상태...부작용 우려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마리앙스 컨벤션'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한정된 결혼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청주지역 웨딩업계의 규모화 경쟁이 치열하다. 수백억원대의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경쟁력을 높이고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인데, 투자금을 회수할 겨를도 없이 너도 나도 대형화에 나서면서 업계의 출혈경쟁과 경영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별한 결혼'을 추구하는 웨딩산업의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청주지역 웨딩업계가 앞다퉈 대형화와 규모화에 나서고 있는 이유를 들여다봤다.  / 편집자


# 규모화 경쟁 이유

청주에 대형 웨딩 컨벤션센터 건립 붐이 일고 있는 이유는 선점효과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최신 시설에서 가장 화려하고 특별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 때문에 너도 나도 규모화를 통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청주에서 웨딩사업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최근 5년 사이 최대 규모를 내세운 대형 웨딩컨벤션들이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며 "최신시설, 차별화된 공간, 음식 등 선호도가 높은 곳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예약이 마감되는 시장 특성 상 더 크게 웨딩컨벤션을 짓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2013년 더빈컨벤션센터(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 이어 2016년에는 아모르아트웨딩컨벤션(청주시 흥덕구 석곡동)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구성리에 연면적 1만4천884㎡(4만9천여 평) 규모 메리다웨딩컨벤션센터(Convention center)가 올해 연말 문을 열 예정이다. 이 업체 시설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축면적만 4천173㎡(1만3천770평)에 달한다.

올해 안으로 청주에서만 대형 웨딩컨벤션센터 세 곳이 운영된다는 것인데 업계에선 벌써부터 과열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대형 웨딩홀을 지으려면 최소 100억원에서 많게는 300억원의 자본금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투자금을 회수할 겨를도 없이 새로운 경쟁업체가 등장하고 있다"며 "출혈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다 청주 가로수길 인근에도 대형 웨딩컨벤션센터 건립 움직임이 있어 업계의 출혈경쟁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트렌드는 변하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더빈컨벤션센터'

중소형 웨딩홀과 호텔 예식이 중심이었던 청주에 비교적 규모가 있는 컨벤션웨딩홀 문화가 자리잡은 것은 2003년부터다.

청주 명암타워에 자리잡은 M컨벤션웨딩홀이 그해 6월 지역의 첫 컨벤션센터로 개관했고, 이후 S컨벤션(청주시 상당구 용정동)과 아름다운웨딩홀(청주시 서원구 가장로), 마리앙스웨딩컨벤션(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등 중간 규모의 차별화된 건축물을 내세운 웨딩컨벤션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중소형 웨딩업체의 폐업도 줄을 이었다. 스카이웨딩홀, 선택웨딩홀, 티아라웨딩홀을 비롯해 한마음예식장이 문을 닫았다.

웨딩업계의 부익부 빈익빈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스몰웨딩·하우스웨딩·미니멀리즘의 흐름을 타고 소규모 예식장들은 대형웨딩컨벤션 경쟁의 틈새시장을 차지하게 됐다.

웨딩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대형 웨딩컨벤션과 소형 웨딩홀들은 시장 자체가 다르다"며 "트렌드를 읽는 눈, 차별화된 공간 전략이 경쟁력으로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모화와 대형화가 곧 경쟁력으로 통하는 시대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청주시 흥덕구 석곡동 아모르아트웨딩컨벤션

A씨는 "차별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세대에게 큰 규모의 웨딩홀은 오히려 큰 매력을 얻지 못한다"면서 "하우스 웨딩과 스몰웨딩 트렌드 속에서 오히려 규모가 작은 웨딩홀들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 자본이 아니라면 대형 웨딩 컨벤션 건립을 통한 투자는 위험 부담이 높다"고 말했다.

몇해 전 결혼한 B씨는 "웨딩홀의 분위기와 음식을 고려해 예식장을 선정했다"며 "이왕이면 서비스와 가격 만족도가 좋은 곳을 우선 예약했다"고 말했다.

음식도 예약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면서 유명 요리사를 앞세운 홍보 전략도 치열해지고 있다. 청주의 대형 웨딩컨벤션센터 식대는 패키지 여부, 성수기와 비수기, 요일 및 시간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개별 식대의 경우 성수기(4·5·10·11월) 토요일 황금시간대(오전 11시~오후 2시)에 최고 3만5천원대, 비수기의 경우 2만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하지만 패키지로 묶이면 할인 폭이 더 커진다.


# 결혼하는 사람은 감소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구성리에 신축중인 '메리디웨딩컨벤션센터' 공사현장

결혼을 하려는 사람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데 웨딩업계의 경쟁은 뜨거워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충북지역 연간 혼인 건수를 살펴보면 2011년 9천500건이었던 것이 5년 후인 2016년에는 8천300건으로 13% 감소했다. 지난해 결혼건수는 8천건에 그쳤다.

충북 결혼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청주시의 경우 2014년 5천141건에서 2015년 5천112건으로, 다시 2016년 4천810건이었다가 2017년 4천532건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청주지역 웨딩업체는 포화 상태다. 

더빈컨벤션센터, 아모르아트웨딩컨벤션, 메리다웨딩컨벤션센터를 비롯해 마리앙스웨딩홀, 아름다운웨딩홀, S컨벤션, 발리컨벤션센터, CJB웨딩컨벤션, 비즈니스센터 웨딩홀, 그랜드호텔 등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점차 넓어졌기 때문이다.

웨딩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차별화된 결혼식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업계의 경쟁도 대형업체간, 중소형업체간 경쟁으로 세분화되고 있다"며 "단기간 거대 자본을 투자해 몇 년 사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수익모델로서 웨딩컨벤션센터를 접근할 것이 아니라 결혼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소신과 철학을 갖고 트렌드를 읽는 차별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쟁은 이미 본격화됐다. 대형 웨딩홀, 중형 웨딩홀, 소형 웨딩홀 등 규모와 추구하는 문화는 저마다 다르지만 각종 특전, 할인 서비스 등 고객 잡기를 위한 업체의 프로모션 경쟁은 해를 거듭할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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