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5일 청주 야구장 일원에서 열린 ‘청주 어린이 큰잔치’에서 청주 KBS 어린이 합창단이 어린이날 노래를 부르고 있다./신동빈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신동빈

얼마 전 동요 행사로 인해 KBS 방송국에 다녀왔다. 마침 토요일인데 버스표 예매 생각을 못해 약속 시간 보다 몇 시간 일찍 가야했고 늦게 와야 했다. 좀 몸이 피곤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씻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동요를 불렀다. 내가 작사하고 김영민 선생님이 작곡해 주신 '봄비와 봄바람은 엄마처럼'란 곡인데 마침 봄비까지 내려 느낌이 더 와 닿았다. 게다가 이름만 알고 있던 작사에 참여한 두 분을 뵙게 되어 더 반가웠다. 두 분 모두 동요 노랫말 쓰기에 열정이 넘쳤다. 동요 작사를 해서 그런지 두 분 모두 젊어보이고 소녀 감성을 갖고 있었다. 우리 셋은 잠깐이나마 사진도 찍고 얘기도 나누었다.

내가 작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중학교 때이다. 그 당시엔 대중가요 가사와 악보가 실린 작은 노래책자가 나왔다. 책 뒤엔 펜팔을 원하는 사람들의 주소가 쓰여 있어 학생들과 군인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런 책 중 한 군데에서 노랫말을 모집했다. 3차 추천이 되면 정말 작사가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한테 작사가가 되는 기회는 오지 않았다. 한 다섯 작품이 소개되고 그 중 한 편 정도를 뽑았는데 나는 후보작품으로 네 번 정도 소개되었다. 슬쩍 작사에 한 발짝 다가설 무렵 이 코너는 폐지되었다. 성인이 되어 동화와 동시를 썼다. 그러던 어느 날 울산에 사시는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동요 작사에 참여하게 됐다. 이렇듯 작사는 다시 내 곁에 머물렀다.

이번 서울 동요 행사에 참여한 작사가들은 어쩌면 그렇게 잘 썼는지... 작사가 귀신들만 모인 것 같았다. 더 어마어마한 귀신들은 작곡가였다. 작사가 꽃봉오리라고 생각한다면 작곡은 그 꽃을 피게 하는 바람이나 햇살 같다. 작곡으로 인해 마치 날개를 단 노랫말은 나비처럼 또는 새처럼 멀리멀리 날아가 동요의 향기를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음악시간 선생님이 발판을 뿍뿍 구르며 치던 풍금이 생각난다. 나는 그 풍금소리가 신기하고 아름다워 아침 일찍 등교했다. 교무실에 가서 교실 열쇠를 가져와 문을 열고 풍금 치던 생각이 난다. 그때 외워 치던 계명이 지금도 또렷이 생각나고, 옆으로 길쭉하던 음악책도 기억난다.

김경구 아동전문가
김경구 아동전문가

그때 부르던 동요를 요즘 아이들이 부르는 것도 많다. 동요는 마음을 맑게 한다. 가끔 아는 동요를 들을 때면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나고 친구들도 떠오른다. 지금도 그렇지만 '섬집 아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먹먹하다. 중학교 때 안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엄마야 누나야'란 노래를 들으면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곤 했다.

요즘 아이들은 동요도 잘 부르지만 가요를 꽤 많이 부른다. 어릴 적 소풍을 가면 장기자랑으로 동요를 부르곤 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 궁금하다. 요즘 아이들을 위해서 좋은 노랫말과 작곡이 함께 어우러졌으면 한다. 얼마 전 동시로 음악을 만드는 '꿈휴'라는 선생님이 만든 책자에 내가 알고 있는 동시가 동요로 만들어진 것을 보았다. 김현숙 선생님의 '모과'라는 동시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부르면 좋을 것 같았다. 동요 노랫말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른 사람들이 쓴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노랫말을 자세히 보면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꿈과 사랑, 친구와 우정, 가족들, 산과 강, 하늘과 바다. 자연과 우주 등 참 다양하다. 가끔은 아이들이랑 함께 동요를 불러 보는 건 어떨까? 동요 한 곡에도 보물찾기 같은 기쁨이 숨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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