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원부의 제7차 교육과정 개선안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중ㆍ고교에서의 국사교육이 현격히 위축된다. 우선 중학교 3학년은 통합교과목인 사회과 수업시간이 1시간 줄어 현재 주당 2시간씩 배정됐던 2,3학년 시간 중 2학년이 주당 1시간으로 줄게됐다. 또 고등학교는 1학년 때만 국사가 기본과목이고, 2,3학년 때는 「한국 근ㆍ현대사」가 「학교의 실정과 학생들의 요구가 반영될 경우」 개설되는 9개 심화선택과목 중 하나가 됐다.
 이미 대학교 교양과목과 사법시험에서 「국사」가 사라지고, 중ㆍ고교 교과 통합이후로도 「사회과」에 「국사」가 포함되는 등 일련의 사태와 관련, 제도권교육이 절름발이 역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난이 있어온게 하루 이틀은 아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의 국사과목 위축은 그 여파가 심각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생들의 입시부담해소와 다양성 확보라는 이유를 들지만 중고교 시절을 지나온 우리 모두는 안다. 특히나 숨가쁜 격동의 시간을 보내야했던 근ㆍ현대사 공부가 얼마나 사람을 피곤하게 했던지. 정신 못차리게 쏟아져 나오는 연도와 사건과, 의미를 외워야했던 과목이 선택과목이 됐다는데, 살인적인 대학입시경쟁을 벌여야 하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리라는건 기대난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실제적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같은 교육편제가 한국 근ㆍ현대사 교육의 공백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민족의 정체성 확립에 대한 정부당국의 수수방관과 무소신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일개인조차 자신의 어렸을적 사진과 주변의 추억담을 채집하며 개인사를 구축하는데 열의를 보이게 마련이다. 하물며 동북아를 휘감고 돌던 급격한 변화의 바람 속에서 끝내 자존을 지키지 못하고 거친 격랑 속에 휘말려야 했던 민족의 역사는 더 말해 무엇할까.

 이건 좀 쓰디쓴 역설이 되겠지만, 자국역사에 대한 존중의 면에서는 차라리 일본을 본받아야 할것같다. 거센 분노를 야기시킨 역사왜곡 교과서의 문부성 검정 통과야말로 일본이 역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반증하는 실례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언제나 국내 정세에 동요가 오거나 타개해나갈 국면을 만날때마다 「역사왜곡」이라는 악수를 두어왔다.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집필과 이후 사태에 대해서도 경제위기에 따른 우경화경향이라거나, 존립근거를 위협하는 총체적 위기에 대응한 자민당의 조직적 반격의 시작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실상이 어떻든간에, 「현실」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과거」로 눈을 돌리는 일본의 태도는 역사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일종의 반면교사로 삼음직하다.
 비록 그 결과물이 매번 역사왜곡으로 드러나고는 있지만 현재를 재정립하고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일본의 「역사재인식」 자세는 다름아닌 우리 정부가, 교육계가 배워야 한다. 가해자는 억지를 써가며 진실을 왜곡하는데, 정작 용서할 기회 조차 갖지 못했던 피해자는 허겁지겁 진실을 망각하려고만 하니 이처럼 어리석고 부끄러운 일이 어디있겠는가. 마침 13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82돌을 맞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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