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18일자 1면 톱기사로 「장애인의 날 긴급점검」이 실렸다. 사회적 인식 부족 등으로 여전히 장애인 시설이 부족하다는 내용이다. 지난 98년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이용 편의시설이 확충돼가고는 있지만 형식적인 것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보도는 20일 제21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의 불편함에 무심한 우리들에게 반성을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국 곳곳에서 장애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일련의 움직임들이 일고있는 것은 정말 반갑기 그지없다.

 특히 경기도 파주 삼광중과 서울 중계중ㆍ개원중, 경기 백문초, 그리고 제주대 등 교육시설에서 장애인을 위해 화장실, 컴퓨터실, 통로 등 이용시설을 개조했다는 소식은 모처럼 한국사회에 대한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었다.
 1명의 학생을 위해 학교 전체에 편의시설을 마련했다는 외국사례를 접할 때마다 나와 다른 이들, 특히 소수자들에게 불편함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우리 사회 편협함이 답답하고 부끄러웠었다. 그런데 단 한명의 장애인 학생을 위해 학생들과 교사, 학교당국, 교육청 등이 한마음으로 뜻을 모았다는 것은 뜨거운 박수를 받을만했다. 더욱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모범을 보였으니 이보다 더 산 교육은 없을 듯하다.

 여기에 방송이나 기타 공공기관 등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장애인 이용불편이 지적됐던 인천공항의 경우 뒤늦게나마 10cm 턱을 없애고 공항안내 장애인 시설정보를 입력하는 등 시설개선을 결정했다고 한다. KBS, MBC등 공중파 방송도 20일 시각장애인을 위한 영상 해설방송을 실시한다. 이날 개막식을 갖는 대종상 영화제 또한 청각장애인을 위한 특별상영이 계획돼있다.
 물론 당장 고통을 겪고있는 장애인들 처지에서야 이런 미미한 움직임에 「백년하청」식 갑갑함을 느끼겠지만 장애인과 함께 하는 공동체의식이 제고되고있다는 점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걸게된다.

 그런데 생각을 좀더 근본적인 곳으로 돌려보면 장애인의 날을 맞는 비장애인들의 마음가짐이 좀 달라야하지 않을까 싶다. 장애인 하면 눈에 보이는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만을 이야기하지만, 좀더 심각한 장애야말로 마음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프로야구 시즌 개막식에 시구를 한 미국입양소년 애덤 킹이나, 미 교육부 산하 전국장애인자문협회 의장에 내정된 강영우 교수등은 신체적 장애의 불편함보다 몇곱절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이 마음의 장애임을 역설적으로 알려주고있다.

 그러니 이번 장애인의 날에는 모두 한번 자신의 정신적 장애를 돌아볼 일이다. 혹시 갖고있는 것보다 갖지 못한것을 탐하지는 않는지, 독선과 아집으로 자신의 주변이 황폐해있지는 않은지, 미움이란 독초에 물주며 세상을 탓하고만 있지는 않은지…. 시간과 자연의 큰 이치 속에서 우리 모두는 다 장애인이라는 자각을 갖게 된다면 아마 신체적ㆍ정신적 특정장애만을 범주로 하는 「장애인의 날」은 언젠가 필요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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