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회 중원포럼 학술발표회 '흥수아이 논쟁과 실체'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 인골 여대 논란 전면 반박
"두루봉, 광산활동 이전 발견 힘들어... 보행로 아냐"
구석기인 충치치료 증거 제시... 연대 측정값 연구 필요

복원된 흥수아이 전신상. / 박선주 교수 제공
복원된 흥수아이 전신상. / 박선주 교수 제공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충북대학교 박물관이 지난 1월 18일 개최한 학술포럼에서 청원 두루봉동굴에서 발견된 '흥수아이'가 구석기시대 인골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흥수아이는 구석기 시대 사람이 맞다'고 반론 발표해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흥수아이에 대해 구석기시대 인골이 아니라고 발표한 이상희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 교수의 문제제기에 대해 박선주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가 4월 27일 열린 제121회 중원포럼에서 '흥수아이의 논쟁과 실체'에 대한 학술 발표를 하며 이에 대한 반론을 조목조목 제기했다.

이상희 교수가 흥수아이에 대해 제기한 문제는 총 3가지였다. 

흥수아이에 대해 첫번째 제기된 문제는 흥수굴 입구가 바로 사람들이 넘나드는 길로 이용됐다는 점, 둘째 후기 구석기 아이무덤에서는 반드시 치레거리(부장품)가 나온다는 점, 셋째 흥수아이 아래치아 씹는 면에 심한 충치가 있다는 점으로 흥수아이는 구석기시대 인골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던 것이다.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가 흥수아이에 대한 해부학적 특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이지효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가 흥수아이에 대한 해부학적 특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이지효

이에 대해 박선주 명예교수(이하 박 교수)는 두루봉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비교하며 첫번째 문제제기에 대해 "두루봉은 사진에서도 보시다시피 광산활동으로 파괴되지 않았다면 발견되기 힘든 동굴로 사람이 많이 다녔다는 길로 사용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또한 후기구석기 아이무덤에서는 반드시 치레거리가 나온다는 점에 대해서는 "치레거리는 의도적 매장지에서 나오며 주로 유럽과 러시아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치레거리가 없다고 구석기 인골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세번째 문제제기를 한 충치에 대해서 "구석기인들은 충치가 없다고 하는데 이미 후기구석기 시대에 충치 치료를 했다는 증거도 있다"며 이 교수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반박했다.

구석기인 충치치료 근거 논문.
구석기인 충치치료 근거 논문.

이날 흥수아이 인골 발견에 참여한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충북대 명예교수)도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흥수아이가 발견된 유적은 구석기 시대 지층으로 총 3개의 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3개층에서도 특히 3층의 '3ㄴ층(갈색찰흙층)'에서 발견됐다"며 "흥수아이가 발견된 층에서는 무덤을 위해 팠던 흔적이 없다"고 강조하며 "당시 참여했던 손보기, 김정배, 최무장 교수 등 학자들도 층위에 대한 의문을 가진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1982년 흥수아이를 발굴해 15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1997년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흥수아이가 복원 됐고 이는 충북대 연구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흥수아이가 발견된 '3ㄴ층'은 1천500여점의 구석기 시대 석기가 출토 됐고 생활에 필요한 모든 연모가 출토되고 사용흔적이 모두 밝혀져 이 층에서 인류가 장기간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골연구의 권위자인 박선주 교수는 "흥수아이는 5세 정도로 추정되며 머리용량이 1천260~1천300cc로 굉장히 큰 특징이 있는데 팔 다리의 뼈는 3.5세 정도와 비슷했다"고 밝히며 "이러한 머리용량은 구석기 시대 머리가 긴 '긴머리'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선사시대 특징인 아래턱이 두꺼운 것도 흥수아이 인골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흥수아이 머리뼈
흥수아이 머리뼈

박 교수는 "흥수아이로부터 직접 절대연대 측정값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며 "두루봉 출토 고고학적 유물과 자연환경에 대한 종합적 연구가 필요하다"며 과제를 던졌다.

이와 함께 그는 "학문에서는 '절대'라는 명제는 있을 수 없으며 특히 과거를 다루는 학자들은 항상 자신의 주장이 변할 수 있으며 본인의 주장 또한 논리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날 참여했던 다른 학자들도 "구석기인들이 충치가 없었다는 부분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세계적인 고고학회를 청주에서 유치해 전문학자들을 초청하고 연구해 정확한 발표로 흥수아이가 구석기 인이 확실하다는 입증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단편·일방적 부족한 연구 문제제기는 잘못된 것"

신방웅 전 충북대 총장
신방웅 전 충북대 총장

신방웅 전 충북대 총장 인터뷰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제가 그 당시(2018년 1월 18일) 학술발표 장소에서 발표 내용을 모두 들었는데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생각으로 흥수아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방웅 전 충북대학교 총장은 이상희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 교수가 흥수아이에 대해 제기한 문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신 전 총장은 "충북대학교 발굴 연구팀에서 1982년부터 1997년까지 흥수아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구석기 시대의 인골임을 밝혀냈고 구석기 인들의 충치치료 연구 논문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말도 안되는 문제제기를 한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신 전 총장은 이 교수가 학술발표 당시 했던 말에 대해서도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단편적인 면만 봤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 교수가 발표할 당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안에서 흥수아이에 대한 연구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라는 말을 분명히 언급한바 있다"며 "15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단시간에 살펴본 것만으로 구석기 시대 사람이 아니다고 하는 것은 어패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학자로서 한 학술연구결과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치밀하고 심도있는 연구와 함께 이를 연구했던 박선주 교수나 이융조 교수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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