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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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사회생활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친구를 때리면 안 되요', '친구에게 나쁜 말을 하면 안 되요'라는 기본적인 규칙을 배우고, 그 규칙을 비교적 잘 지킨다. 그런데 정작 성숙해야 할 어른들의 사회에서는 연일 데이트폭력, 직장 내 상급자의 폭행·폭언 등 극단적인 폭력사례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직업 탓으로 가정 내에서 남편이 아내를 때리고, 아버지가 자녀를 때리는 가정폭력, 길을 가다가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영문도 모른 채 당한 묻지마 폭행, 좀 극단적으로는 조직의 위세를 과시하며 이웃에게 가하는 폭행 등 매일매일 크고 작은 폭력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날, 오전에는 폭력범죄의 가해자를 위해 '우발적인 폭행, 피해자와의 합의, 진지한 반성' 등을 나열하며 가해자를 열심히 변호하고 오후에는 정 반대로 폭력범죄의 피해자를 위해 '절대로 용인될 수 없는 폭행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태도' 등을 지적하며 가해자의 범죄행위를 비난하고 피해자의 청구를 인용해달라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문득, 필자를 스쳐간 많은 폭력범죄의 가해자들이 과연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새삼 두려웠다. 필자에게는 그저 많은 사건 중 하나일 뿐인 폭력사건이었고, 그래서 기계적으로 가해자에게 피해자와 사이에 합의를 할 것을 권유하고, 가해자가 어떤 식으로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고, 반성을 하면서 합의서를 교부받았는지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새삼 부끄러운 마음이 일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뒤늦게 이같은 반성어린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폭행의 가해자에게 '때리면 안 된다는 것 잘 알고 있으면서 어쩌다가 (남을) 때리셨냐', '이제 안 그러실꺼죠'라고 한 번씩 물어보게 되면서 필자는 약간의 확률이 섞인 규칙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긴 세월을 살면서 순간적으로 판단력을 상실해 우발적으로 타인에게 경미한 폭행을 가한 사람은 '정말 잘못했다'라는 다소 간결한 대답만 하고, 그와 달리 몇 차례 폭행을 저지른 사람은 '제가 오죽하면 그랬겠어요. 그래도 잘못했고, 앞으로는 안 그럴거에요'라며 이유를 먼저 말하는 확률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필자가 다룬 사건의 수만으로는 '확률'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더 나아가 힘이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에 대해 행사하는 폭력은 더욱 정당화될 수 없다. 이른바 갑질이라고 보도되는 폭력행위들이 더욱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강자가 약자를 상대로 폭력을 썼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이같은 내용을 객관식 문제로 낸다면, 추측컨대 한글을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맞출 수 있는 문제가 될 것이다.

이미영 변호사 / 중부매일 DB
이미영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 중부매일 DB

그런데 최근에 여자친구에게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한 남자친구의 부모가 언론사에 인터뷰를 하면서 '피해자가 가해자(우리 아들)을 분노하게 만든 부분이 있을 것',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했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가해자의 부모가 자신의 아들을 옹호하려고 한 말인지 모르겠으나, 부모의 표현에 따르면 '아들은 누군가 화(분노)가 나게 하면 폭행을 해요', '물리적으로 힘이 우세한 남자(아들)가 여자를 때렸던 거죠'라는 뜻으로 아들의 범죄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확인해버린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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