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연대도 연대봉에서 내려다 본 만지도의 전경 / 뉴시스
연대도 연대봉에서 내려다 본 만지도의 전경 / 뉴시스

오랜만에 고교 동기들과 일상에서 벗어나 경남 통영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통영이 '한국의 나폴리'란 말은 이미 80여 년 전에 나왔다고 한다. 박경리 소설가가 50년 전 통영을 배경으로 쓴 '김약국의 딸들'에서 나왔는데, 작품 속에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통영을 가리켜 동양의 나포리라고 했다.

통영은 전남 신안에 이어 가장 섬이 많은 도시로 유·무인도를 합해 약 570여개가 있다. 우리 일행은 연대도행 배를 탔다.

연대도 섬은 해풍 맞은 나뭇가지에 잎사귀가 나오면서 꽃이 피어올라 육지와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연대도와 만지도는 한해 관광객이 4만 명 정도였는데, 4년 전 출렁다리가 설치된 뒤 10만 명으로 급증했다. 만지도에 들어가 해안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만지도와 연대도를 이어주는 출렁다리를 만난다. 한편 연대도는 2010년 전국 '명품 섬 10'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안개만이 자욱한 연대도는?한 폭의 풍경화로 난대림의 경관이 뛰어나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일부로 지정되어 있다. 앙증맞은 섬에 통영 연안과는 달리 맑고 푸른 바다에 옹기종기 모인 집 사이로 작은 골목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니 수령이 오래된 솔숲이 바람에 맞서 섬을 지키고 섰다. 정상에서는 통영 봄 바다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었다.

만지도에는 소원을 비는 곳이 2곳 있는데 한 곳은 200년 된 해송이고 다른 한 곳은 출렁다리인 소원다리이다.

소원다리로 가는 길은 해안을 따라 나무로 만들어 잘 이어진 해안 길로 걷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오래 된 소나무아래에서 잠시 쉬고 정상인 만지봉에 올랐다. 발아래 보이는 코발트색 바다의 해풍이 바람을 타고 올라와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라고 손짓한다.

통영으로 돌아와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운 달아공원을 갔다. 달아란 지명은 이곳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아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지금은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란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통영 사람들은 '달애'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곳에 서면 많은 섬들이 호수에 떠 있는 산처럼 보이고, 촘촘하게 바다를 둘러싼 모습을 보게 된다. 푸른 바다와 그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우리를 유혹한다. 달아공원은 해가 지는 모습을 최고로 멋지게 볼 수 있다.

지난겨울은 오지게 추웠다. 겨우내 얼어 있던 생명들이 봄을 재촉하는 비를 맞아 생명의 고동을 울리고 있다. 철 지난 동백꽃과 영산홍 꽃들의 향기가 코끝에 맴 돌았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새봄을 맞이하여 섬들로 이루어진 통영을 방문하니 가슴이 뛴다. 이곳은 수려한 자연경관이 섬 마다 각자의 매력을 뽐내고, 이러한 섬을 찾아 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인생이란 가끔은 눈을 질끈 감은 채 하고 싶은 것하며 살아야 아름다운 삶을 유지할 수가 있다.

연대도와 만지도 그리고 달아공원을 친구들과 여행을 하며 또 다른 새로운 점도 알게 되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자신의 과거도 돌아보게 되고, 친구들 장단점도 발견하여 삶을 새롭게 해준다.

우리가 청춘이라고 말한 것이 어제 같았는데 허공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벌써 신 중년을 지나고 있다. 긴 세월을 살면서 돈, 권력, 명예도 중요하지만 친구들과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은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집으로 귀가하는 버스의 차창 밖을 바라보며 미움과 욕심을 버리고 지금의 행복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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