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현철 사회·경제부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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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슬프지 않니? 피해자가 자기 걱정은 안하고 주변사람, 시선을 걱정하는게."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라이브(Live)'에 등장하는 한정오(정유미) 순경의 대사이다.

드라마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지구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 순경은 여느 경찰보다 용감하고 정의롭다. 남들 앞에선 밝고 유쾌하지만 과거 성폭행을 당한 아픔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가 성범죄 피해자와 마주하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울림으로 전해지고 있다.

극 중 한 순경은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숨기려는 10대 자매에게 자신이 당했던 일을 밝히며 사후 피임약을 복용하도록 설득한다. 그녀의 말과 행동에는 상처를 입은 피해자가 자기 자신을 원망하지 않고 사건과 강하게 맞서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드라마는 성범죄 피해를 현실적으로 그려내 사람들의 경각심을 상기시키고 있다. 때문에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건들이 허구이거나 과장된 이야기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한국여성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해바라기센터)를 찾은 성폭력 피해자는 1만9천423명으로 집계됐다.

연현철 사회·경제부 기자
연현철 사회·경제부 기자

피해자의 93.4%는 여성이었으며 이중 19세 이상이 49.1%, 13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이 23.4%, 12세 이하 아동이 16.1% 순이었다. 이는 성범죄로 인한 여성 피해자 5명 중 2명은 아동·청소년이라는 셈이다. 남성의 경우 12세 이하 아동이 55.2%(617명), 청소년이 20%(223명)로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성별과 관계없이 아동·청소년은 여전히 성범죄로부터 심각하게 노출돼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일부 아동·청소년 성 피해자들은 강한 충격이나 사회의 현실 등을 이유로 피해 사실을 숨긴다고 한다. 하지만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고를 통해 가해자의 처벌까지 이뤄져야 한다.

성폭행을 당하고도 자신의 가족, 친구 등이 알게될까 두려움에 떨고 있을 피해자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한정오 순경의 대사를 빌려 작은 위로를 전하고 싶다. "분명히 알아야 돼. 그 어떤 것도 네 잘못이 아니야. 범인의 잘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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