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생들이 귀가하기 시작하는 한낮부터 어두운 밤까지 학교앞 문방구에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꽃에 나비가 꼬인 듯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쉰 음식에 파리가 모여드는 형국이다.
 사위가 완전히 어둠에 잠긴 한밤중에도 그 앞을 못 떠나는 아이를 볼때도 있다. 등에 걸머진 가방도, 꼬르륵거릴 배도 아랑곳없이 그 아이가 몰두하고 있는 건 깜박이는 요란한 색채와 단발마적인 음향으로 유혹하는 전자오락 게임이다.
 물론 예전에도 학교앞은 그랬었다. 용케 막아놓았던 강둑 터지듯 아이들이 한꺼번에 교문 밖으로 밀려나오면 뿔뿔이 흩어져 문방구 앞, 과자가게 앞, 이런저런 가게 앞에 옹기종기 무리를 짓곤 했다. 그때도 역시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핀잔을 듣는 놀이기구와, 건강에 안좋다는 음식은 어린이들을 유혹하고는 했었다.

 하지만 변화된 세상 앞에서 학교 앞은 특히 취약해 보인다. 「학교정화구역」이라는 말 자체가 시사하듯, 사악한 존재가 출입을 금지당하는 성소의 존재처럼, 자라나는 학생들을 위해서 특별한 제재와 질서가 필요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학교정화구역은 지금 안녕한가. 충북도내 학교정화구역내 유해업소가 유흥ㆍ단란주점만 3백97개소고 여관이 3백42개소이다. 컴퓨터 게임장은 2백70개소, 노래연습장 2백74개소, 멀티게임장 1백60개소 등 모두 2천8백개에 달하고 있으며 유흥업소 거리제한이 없는 학원가 주변은 아예 유해업소로 둘러싸여 있다.
 또한 초등학교 주변 상가에서는 교육적 측면은 아예 도외시한채 코흘리개 돈 몇푼 뜯겠다는 얄팍한 상술이 판을 친다. 대체 살아있는 동물을 선물로 주는 뽑기게임을 만든 이는 누구이며, 남성용 피임기구로 만든 물풍선, 음란서적 등이 가당키나 한가 말이다.
 좀 머리가 굵어진 청소년들의 학교환경은 더욱 암담하다. 사회의 방관 속에서 청소년들의 무절제한 가상공간 탐닉을 부추기는 PC방 문화는 「갈 곳이 없다」는 이들의 항변 속에서 위력을 더해간다.
 청소년들이 음주와 흡연, 패싸움 등을 젊음의 특권 마냥 오해하는데는 대학생문화의 책임도 크다. 변변한 서점이나 문화공간 하나 없는 대학가에는 날이 바뀔 때마다 소주방, 호프집이 들어선다. 밤마다 고성방가와 패싸움이 벌어지는 그 곳을 지나며 청소년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
 누차 당부하는 말이지만, 학교주변을 보다 교육적 환경으로 바꾸어나가는 일에 경찰이나 교육청, 행정당국이 보다 적극적 의지를 다짐해야 할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전 사회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점이다. 청소년 보호법이나 학교보건법 등에 의거한 사후단속과 지도만으로는 저만치 앞서가는 위해환경 확장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학교운영위원회나, 주변 상가들, 시민사회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교육적이고 문화적인 환경으로 학교주변을 탈바꿈시키는 운동을 펼쳤으면 좋겠다. 이른바 「양화(良貨)가 악화(惡貨)를 구축하는」 그같은 장기적인 노력만이 학교 앞을 변화시킬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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