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청와대는 29일 춘추관에서 남북정상회담 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북한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로 통일하자는 제안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같은 표준시를 쓰던 우리 측이 바꾼 것이니 우리가 원래대로 돌아가겠다. 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도 좋다. 표준시의 통일은 북측에도 행정적 어려움과 비용을 수반함에도 국제사회와의 조화에 나서겠다는 의미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화의 집 1층 접견실에 걸려있는 시계. 2018.04.29. / 뉴시스
청와대는 29일 춘추관에서 남북정상회담 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북한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로 통일하자는 제안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같은 표준시를 쓰던 우리 측이 바꾼 것이니 우리가 원래대로 돌아가겠다. 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도 좋다. 표준시의 통일은 북측에도 행정적 어려움과 비용을 수반함에도 국제사회와의 조화에 나서겠다는 의미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화의 집 1층 접견실에 걸려있는 시계. 2018.04.29. / 뉴시스

남북한 지도자가 만나 불편했던 남북한의 시차를 우리의 표준시로 통일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반가운 소리다.

2015년 8월 이전에는 남북한이 같은 표준시를 사용했었다. 당시 북한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한다며 북한의 표준시를 우리보다 30분 뒤로 늦췄다. 사실 우리의 표준시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즉 태양이 남중하는 시간, 그림자가 가장 짧아질 때의 시간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12시, 정오가 아니라는 뜻이다.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이 남중하는 시간이 계절에 다라 바뀌지만 우리가 사는 곳의 남중하는 시간은 동경135도인 곳과 비교하여 30분 정도 느린 게 사실이다. 그러하기에 2년 8개월 전에 북한은 일제의 잔재 청산을 내세우며 표준시를 30분 뒤로 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나라가 시차를 달리하면 그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더군다나 동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중국은 동쪽과 서쪽 간에 55도 정도의 경도차가 있지만 하나의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고 미국은 4개로, 호주는 3개로 나누어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30분 단위로 정한 곳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1시간을 단위로 나누어 정한 것이 일반적이다.

개성공단이 2016년 2월에 전면 중단되기 이전에 개성을 오가는 우리의 관계자들은 시간의 혼란으로 황당한 일들을 겪었을 것이 뻔하다.

회담의 뒷이야기로도 들려온다. 약속 시간보다 30분 뒤에 나타나도 그들에겐 맞는 시간에 도착한 꼴이 된단다. 표준시간 하나로도 이런 혼란을 야기하게 되는데 휴전선이 가로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간에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닌가.

같은 말과 글을 사용하면서, 같은 민족끼리라고 만날 때마다 말하면서도 그러하니 더욱 안타깝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남북한의 정상이 만나 냉랭하게 돌아서지 않고 웃는 낯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합의문으로 채택했으니 참 좋은 일이다. 한국인이라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바라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다.

남북의 지도자들 간의 합의와 만남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7·4 남북공동성명'이 있었고 노태우 대통령 때에도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된 바 있으며 김영삼 정부에서는 김일성과의 정상회담에 합의했지만 김일성 주석의 타계로 무산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평양을 방문하며 정상회담을 했고 '6·15 선언'을 채택했다. 2007년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정상 회담이 개최되고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에 합의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 북한의 최고위 지도자가 우리의 대통령과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니 감개무량한 일이다. 우리는 외세에 의해서 갈라진 이 땅에서 대립하며 살았다. 그 피해가 얼마인가. 군사적 대립관계에 있는 분단국가가 아니라면 더 많은 역량을 선진국으로 향하는 국가발전에 쏟을 수 있었을 것이다.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교수

이번의 남북정상회담에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북한은 대화를 추진하면서도 1999년에 제1연평해전을 일으켰고 한일월드컵이 펼쳐지던 2002년에는 제2연평해전으로 군사적 충돌을 야기했으며 2010년에는 연평도를 포격하여 온 국민을 놀라게 했다.

이는 휴전협정 이후 대한민국 영토를 직접 타격하여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최근까지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위협했다. 그랬으니 지금껏 속았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거다. 사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이끌어낸 정상회담들이라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평화를 향한 첫 발을 내딛었다고 생각하자. 북한이 그들의 시계 바늘을 30분 앞당기겠다고 하는 것을 선의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지금 상황을 이해하려 해야 한다. 다만 우리 정부가 더 정의롭고 투명하며 공정한 정책을 펼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평화로운 한반도에 더 빨리 다가가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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