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봄 가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모내기 이후에나 가뭄이 들었지만 지금은 모내기에 댈 물조차 부족해 아우성이다. 전에 농부들은 모내기를 한바탕 치르고 나면 논두렁 마다 콩을 심었다. 땅을 그냥 놀리면 죄를 짓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여인네가 먼저 작대기를 이용해 논두렁에 구멍을 만들어 놓으면 남정네들은 거기에 파종콩 서너개를 넣으면서, 구멍이 작으면 작다고, 크면 크다고, 얕으면 얕다고, 깊으면 깊다고, 시비를 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 여인네도 구멍 탓하는 사내치고 똑바로 사내구실하는 것 못봤다며 말 대꾸를 해대곤 했다. 그런데 참으로 약속한 것은 논두렁 콩만 심고 나면 비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내기 이후의 가뭄은「어린애 낳고 에미 죽이는 격」이어서 우리 농부들이 애간장을 태웠다. 하지만 지금은 모내기에 댈 물조차 없어 순박한 농심이 아귀 타툼으로 변하고 있다. 농민들끼리 잦은 말타툼은 집안싸움으로 이어져 모내기철만 되면 논두렁을 맞대고 있는 농민들은 원수지간으로 변하고 있다. 물부족 현상이 이어지자 농촌에서는 저마다 몇십만원씩 하는 양수시를 구입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양수기를 구입해도 농수로에 물이 없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리가 없다. 게다가 곧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도 없다. 하늘이 인간의 오만을 응징하는 것은 좋지만 죄있는 사람보다 죄없는 사람들이 더 심한 고통을 받으니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들에게 내릴 벌은 따로 내리고 재발 순박한 농민들을 위해 비를 주십사 빌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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