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부모들은 부모됨의 의미나 무게를 알지 못한 채로 부모가 된다. 그래서 인생의 어느 한때 누구나 그렇듯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되면서야 비로소 부모됨의 어려움을 뒤늦게 절감하게 마련이다.
 부모로서 가장 중요한 책무는 자녀들의 삶의 조건을 되도록 안정되고 풍요롭게 보장하는 일이다. 이는 먹을 것을 부리로 실어나르는 새들이나, 바람처럼 다른 동물을 습격하는 맹수들과 한치도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전쟁과 경제적 궁핍으로 고통받았던 우리 부모세대들은 오로지 내 자식 배 곯지않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어려운 시간을 버텨왔다.
 그렇듯 내 한몸 돌보지 않는 부모세대들의 노력으로 지금 우리는 여기만큼 와있다. 그런데 그 부모세대들의 피와 땀으로 자라나 또다시 아이들을 키우게된 지금의 부모들은 혼돈스럽고, 자주 길을 잃은 심정이 되곤 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달라지는 세상이 강요하는 가치관의 동요를 부모 자신이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는데에서 비롯된다.
 정의와 대의보다는 얍삭한 제 이익 찾기가 대세를 이루는 세상을 살다보니, 내 이익 보다는 공공의 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일러줄 확신을 갖지 못한다. 혹 그러다가 내 아이만 뒤쳐지는거 아닌가,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데 내 아이들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는 건 아닌가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남보다 뒤떨어지지 말것, 되도록이면 남보다 앞서갈 것, 웬만하면 다른 이들의 어려움은 외면할 것들을 가르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장기화되는 경제불황은 많은 부모들을 체념과 좌절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면서 기초적인 부모역할마저 불가능한 실정으로 내몰고 있다. 아동수용시설마다 부모가 버린 아이들이 끊이지 않고 아동학대도 심각해진다. 먹고 살기 힘든 많은 부모들은 내 한몸 추스리는데 너무 많이 지쳐버린 것이다.
 경쟁적 자녀교육열풍은 또 어떤가. 여유있는 이라면 고액과외, 그렇지 못한 이라면 보습학원의 몇 과목이라도 챙겨 듣게 하면서 또 그 뒷바라지에 허리가 휜다. 며칠전 불길속에 자식들을 떠나보냈던 부모들의 고통은 우리 모두가 나눠가져야 할 참담함이 되는 것이다.
 그처럼 허겁지겁 살면서 아이들과 제대로 눈 한번 못 맞추고 달려오다보니 제대로 된 교육이 될리 없다. 전국의 청소년 10명중 4명이 경제적으로 부유한 삶을 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있다는 충북 청소년종합상담실의 조사결과는 우리 자녀교육의 현주소를 잘 일러준다. 경제적 문제 때문에 싸우고 한탄하고 갈라서는 부모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이미 경제적 여유만이 자본주의 사회의 힘이고 품위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이다.
 5월의 마지막 토요일인 오늘 청주 성안길에서는 소신있는 부모 역할을 강조하는 「소신있는 부모가 됩시다」 캠페인이 열린다. 충북청소년 종합상담실이 소신을 갖고 자녀교육을 하고자 하는 부모들을 위해 행동강령을 마련하고 부모교육의 정체성 회복을 모색하자는게 취지이다.
 소신있게 산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 소신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부모 자신의 확고한 가치관 정립이 필요할 것 같다. 오늘 하루 「소신있는 부모」를 화두 삼아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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