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가장 오래된 고려시대 먹 보물 1880호 지정
지난 1998년 청주 명암저수지 위쪽 과수원서 발견
단양 옛 지명 '단산' 토산품 충북의 고품격 문화재
4월 24일부터 6월 17일까지 기획전시실서 전시
 

국립청주박물관 청주 명암동 출토 ‘단산오옥’ 고려 먹 앞면과 측면, 뒷면. / 청주박물관 제공
국립청주박물관 청주 명암동 출토 ‘단산오옥’ 고려 먹 앞면과 측면, 뒷면. / 청주박물관 제공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국립청주박물관(관장 한봉규)은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아 특별전 '천 년의 먹 향기 '단산오옥''을 오는 6월 17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지난 4월 2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청주 명암동 출토 '단산오옥'명 고려 먹(보물 제1880호)과 목간, 벼루, 먹, 붓 등 옛 먹의 흔적과 문방사우, 헌묘어필(憲廟御筆-헌종의 서첩) 등 서예 및 회화 자료 등 총 130여 점을 전시중이다. 

예로부터 문방사우(文房四友) 가운데 하나인 먹은 생활의 품격을 알려주는 척도이자, 마음을 정화시키는 예술품이었다. 먹을 가는 것 자체가 도(道)를 향하는 길이었으며 검게 갈아져 은은하게 퍼지는 먹 향기는 마음을 다스려주는 친구이기도 했다. 또한 글씨와 그림에서 느껴지는 먹의 기운은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되기도 했다. 
 

# 고운 황토 속에서 발견된 '단산오옥' 

20년 전 1998년 한 여름. 청주 동부우회도로 건설구간이었던 명암동유적에서 '단산오옥(丹山烏玉)' 먹이 발견됐다. 지금은 도로가 뚫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지만 당시 고요하던 구릉 정상부의 고운 황토 속에서 발견된 은은한 검은 빛의 먹은 고려시대의 먹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단산오옥 먹은 현 길이 11cm, 너비 4cm, 두께 0.9cm 정도의 긴 네모꼴로 전체적인 모양이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먹과 비슷하다. 먹의 앞면은 삼각형이 연결된 네모의 테두리 안에 '단산오옥' 글자가 있고 그 바깥쪽으로 상서로움을 표현한 물결무늬를 가득 채워 넣었다. 네모의 테두리 안에 '단산오(丹山烏)'라는 글씨가 있는데 '오(烏)'자 밑에는 먹을 사용하며 닳아 없어진 '옥(玉)'의 '一'자 획이 남아있다. 

단산오옥 먹 출토 고려 무덤과 단산오옥 먹 출토 모습. / 청주박물관 제공
단산오옥 먹 출토 고려 무덤과 단산오옥 먹 출토 모습. / 청주박물관 제공

'단산'은 충청북도 단양의 옛 지명으로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옛 책에는 "가장 좋은 먹을 '단산오옥'이라 한다"고 할 만큼 단양의 토산품이 먹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단산오옥' 먹은 현존하고 있는 최고(最古)의 고려시대 먹으로 전통 먹 연구의 귀중한 문화재라는 점에서 2015년 10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880호로 지정됐다. 특히 고고학 자료와 문헌자료의 일치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며 무엇보다도 청풍명월의 고장인 충청북도의 문화적 품격을 상징해주는 소중한 문화재다.
 

# 먹 향기가 전하는 예술의 향기 
 
기록이 아닌 실물 자료로서 먹의 흔적은 현재 전하는 다양한 문화유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먹은 고구려 고분벽화(古墳壁畵), 목간(木簡) 등을 통해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창원 다호리유적 무덤에서는 삼한시대의 붓과 손칼이 출토됐다. 흑칠 목심의 붓대는 나무를 깎아 만든 것으로 양 끝에 필모가 달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쌍영총 기마인물도에는 크게 산화철(갈색), 진사·주(적색), 먹(흑색), 석회·연백(흰색) 등의 안료를 사용했다. 경주 천마총 장니(말다래) 천마도는 자작나무껍질로 바탕판을 만들고 그 위에 하늘을 힘차게 날고 있는 천마를 그렸다. 그림 안료를 분석해보니 먹(흑색), 연백(흰색), 석록(녹색), 진사(적색) 등 다양한 안료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헌묘어필(憲廟御筆-헌종의 서첩) / 청주박물관 제공
헌묘어필(憲廟御筆-헌종의 서첩) / 청주박물관 제공

'철경록(輟耕錄)'·'고려도경(高麗圖經)' 등 옛 책과 일본 쇼소인 '정창원(正倉院)'의 신라 먹은 일찍부터 좋은 먹을 생산해 왔음을 알려준다. 이렇게 시작한 먹의 역사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예술품에 생명을 불어 넣어 예향(藝香) 전해주고 있다. 고려시대 먹 관련 기록은 중국 송나라 서긍의 '고려도경', 원나라 육우의 '묵사', 고려 문인 이인로의 시화집인 '파한집'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충주 고구려비와 단양 신라작성비, 부여 사택지적비, 청주운천동 신라 사적비, 안평대군 글씨, 정조어필 대로사비는 탁본으로 그에 담긴 내용이나 새겨진 서체를 전파하는데도 쓰였다. 

국립청주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청주 명암동 출토 '단산오옥'명 고려 먹의 의미를 조명해보고 먹의 역사와 함께 탁본을 통해 먹으로 남긴 기록과 선현들의 글씨와 그림 등 먹 향기가 전하는 예술을 소개하는 것"이라며 "천 년 가까운 묵향을 전한 지 스무 해가 되는 '단산오옥'을 바라보며 먹 향기가 반기는 국립청주박물관에서 예향의 감동을 느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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