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도시민들은 거주환경으로서의 도시에 대해 애증섞인 생각을 갖게 마련이다.
 요즘 같은 여름날이면 오존수치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만큼 환경오염이 극심한데다 편안한 휴식 같은 것은 엄두도 못낼만큼 정신 사나운 도시의 모양새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그럴 때마다 한번쯤은 탈도시의 꿈을 꾸어봄직 하지만 정작 그 꿈을 현실로 옮기는 이는 드물다. 도시민들에게는 현대도시가 제공하는 편리는 물론 심지어 그 불편함과 번잡함조차 익숙한 일상으로 몸과 마음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전국민의 대다수가 거주하는 도시환경을 문화적·생태적 측면에서 재고해야할 필요성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현대적 삶의 형식과 내용을 규정하는 도시환경을 좀더 인간적이고 문화적으로 바꾸어서 도시민들이 삶의 여유과 기쁨을 만끽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지난 25~27일 청주에서 개최된 청주 문화도시 국제회의는 이같은 점을 대내외에 밝히고 그 방향성을 점검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회원국 도시를 순회하는 국제적 규모의 학술행사인 문화도시 국제회의는 올해 3번째로 청주에서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문화」를 주제로 열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8개국 학자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지속적 도시발전을 위한 문화적 생동력 제고에 관심을 촉구하는 「도시와 문화에 대한 청주선언」이 발표됐다.
 이 선언문은 도시문화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해 주목할만한 제안을 하고있다.

 인류문명의 총체적 표현이며 새로운 문화창조의 산실인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이 도시의 고유하고 자생적인 문화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고 창조적 생동력이 호흡을 같이할 때 실현된다는 것이 이 선언문의 요지이다.
 선언문은 또한 이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집중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시민들의 문화향수권 보장을 위해 정부, 기업, 시민과 함께 공동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시민의 주체적·자주적 활동에 의한 문화진흥을 위한 기반과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또한 민간의 자발적인 문화활동을 장려, 시민의 문화적 기품을 높여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 중 3항은 도시의 문화정책이 모든 부문별 정책에 스며들어야 할것을 주문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정책은 문화적 가치관에 입각하게 함으로써 경제적 효율성 추구와 아울러 아름다움과 창조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도시경영의 틀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의 문화향수권 추구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제일주의적 사고방식이다. 선언문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이 사고방식을 발전적으로 지양하지 못할 때는 쾌적하고 문화적 풍요로움이 넘치는 도시환경이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회의는, 문화의 집적으로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 산업이며 문화란 「지역의 고유한 정보를 발신하는 정체성의 토대」임을 민관이 함께 공감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를 계기로 「맑고 깨끗한 도시」에서 「특성 없이 방만하게 커진 도시」로 전락한 청주시의 지속가능한 발전 청사진 마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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