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 뉴시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 뉴시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의 주한미군 주둔에 관련된 발언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문 특보는 최근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기고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것이다. 이에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간 무역불균형 문제를 언급하며 주한미국 철수를 협상카드로 삼는 방안을 언급한바 있다. 한·미안보동맹관계의 상징인 주한미군 철수가 거론대상이 됐다는 것 자체가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라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문 특보의 기고는 정부의 정책 혼선과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이번 문 특보 기고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쟁점이 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판문점 선언이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핵우산 철폐를 의미했던 것인지 문 대통령께서 국민 앞에 분명히 대답해 달라"고 밝혔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북한도 주장하지 않는 주한미군 철수를 대통령 특보가 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평화협정이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되면 진정한 평화협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수정당의 이 같은 지적은 단순한 정치공세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주한미군 철수는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학자이자 특보로서 개인 생각을 밝힌 것으로서 주한미군 주둔은 평화협정 체결과 무관한 사안이라며 논란 확산을 차단했지만 잇따른 돌출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문 특보를 용인하는 것 자체가 그의 주장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라는 야당의 주장도 설득력 있다.

주한미군은 유사시 군사강국인 미국의 자동개입을 보장함으로써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는 인계철선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군 병력의 숫자를 떠나 미군이 한국의 휴전선에 배치돼 있다는 사실은 매우 복합적인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남북관계에 화해무드가 조성됐지만 만약 미군이 떠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모른다. 주한미군은 또 동북아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보장하고 국가 전략적 위상을 돕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미군의 주둔과 한·미안보동맹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무엇보다 미군이 철수하면 일본과 중국의 군비 경쟁을 촉발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한반도는 주변으로부터 더욱 위협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또 주한미군은 막대한 양의 장비, 탄약, 물자 등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의 국방비 지출을 크게 절감시켜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우리는 무역에서도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서도 돈을 잃는다"는 발언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종전협정과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주한미군 주둔근거가 사라진다는 주장은 북한의 논리이기도 하다. 설사 북한의 주장이 맞다 고 해도 우리 주변엔 한미동맹 또는 한·미·일 삼각체제를 흔들며 중화질서의 부흥을 꾀하는 중국이 있다. 문 대통령의 뜻과 다른 문 특보의 주장이 계속되는 한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라는 청와대의 입장이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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