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선도농협을 찾아서] 1. 남청주농협

2017년도 고객만족도 대상수상, 종합업적평가 최우수상 수상 등 5관왕을 수상한 남청주농협 이길웅 조합장(왼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항상 환한 웃음으로 고객을 맞이한다. / 김용수
2017년도 고객만족도 대상수상, 종합업적평가 최우수상 수상 등 5관왕을 수상한 남청주농협 이길웅 조합장(왼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항상 환한 웃음으로 고객을 맞이한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농협이 존재하는 이유는 농민에게 있다. 농협의 주인도 '농업인 조합원'이다. 농민의 소득 증대와 삶의 질 향상은 농협의 비전이고, 협동과 혁신은 농협의 존립 목적이면서 경영이념이기도 하다.

'같이의 가치'를 통해 풍요로운 농촌을 만들겠다는 구호는 더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공감도 쉽지 않다. 농협을 위한 농민인지, 농민을 위한 농협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충북 선도농협을 찾아서는 '농협은 농심'임을 실천하는 지역 농협을 발굴해 소개하는데 목적이 있다. 농민 조합원이 인정하는 농협, 첫번째 주인공은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에 위치한 남청주농협(조합장 이길웅)이다. / 편집자

 

# 새벽에 열리는 마음의 문

남청주농협 고객업무창구에는 항상 고객을 위해 무료로 제공하는 사탕과 요구르트가 비치돼 있다. / 김용수
남청주농협 고객업무창구에는 항상 고객을 위해 무료로 제공하는 사탕과 요구르트가 비치돼 있다. / 김용수

남청주농협 이길웅 조합장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혼자 사는 고령 조합원의 집을 방문해 안부를 묻고 직접 밥을 떠 아침식사를 나눈다.
 
삶의 어려움, 서운했던 이야기를 공유하는 아침이라서 조합원들은 적적하지 않아 좋고, 조합장은 조합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좋다. 벌써 10년째 격의 없는 소통이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출근시간은 농협 직원들 가운데 가장 늦다.
 
새벽에 영농현장을 찾는 이유는 단순하다. 처음처럼,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이길웅 조합장은 "사람이 희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이 성장하려면 사람이 중요하잖아요. 사람 사이에 믿음과 신뢰가 없으면 사업이 잘 될 수가 없어요. 마음의 벽을 허물고 신뢰를 쌓기 위해서 저는 새벽에 움직입니다."
 
강산이 변하면서 농협도 성장했다. 모든 것이 변화했고 발전했지만 조합장만큼은 그대로다. 점퍼에 운동화 차림. 특별한 행사가 있지 않고선 양복입는 날이 드물다. 언제 어느 때 조합원 호출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매해 밑창이 닳아 바꿔신 조합장의 운동화가 족히 서너 켤레는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10년 전만 해도 집에서 운명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늦은 밤이고 새벽이고 관계없이 저한테 가장 먼저 연락이 옵니다. 조합원들에게 가장 친근한 조합장이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래서 24시간 제 전화기는 항상 대기중입니다."
 
지난 2008년 제12대 조합장으로 취임한 이길웅 조합장은 10년째 전국에서 유일한 무투표 3선 조합장으로 일하고 있다.
 
 
# 농심(農心)으로 사업 발굴

남청주농협의 사업은 농민들의 마음을 읽는 것에서 출발한다. 농업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협동할 수 있는지 실천하다보면 그것이 사업으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았다.
 
농산물순회수집지원, 영농자재 및 농약 할인 판매, 농기계무상수리, 마을버스 운행 등이 대표적이다.
 
농민 조합원들이 편리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돕는 것, 작은 규모의 소농들도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조합원들이 전화로 영농자재를 주문하면 아침마다 직원들은 가가호호 방문하며 농자재를 배달해준다. 농산물 순회 수집 및 출하, 판매는 농협의 기본 역할이지만 실제 실천하는 곳은 드물다. 대부분 용역을 주는 상황. 남청주농협은 수수료와 운임비 없이 무상 서비스를 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정구지 몇 관 팔려고 육거리까지 가면 교통비에 소요시간까지 남는게 별로 없어요. 그래서 모든 직원들이 순회 수집에 나섰죠. 수확 후 나무그늘 밑에 작업해서 놓아두시면 나머지는 농협 직원들이 알아서 합니다."
 
2013년에는 경제사업장 및 농기계수리센터까지 준공하면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전량 농협을 통해 판매된 농기계들은 부품 원가만 지불하면 무상 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남이면에 주소나 거소를 둔 사람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매년 1월초 집집마다 공급하는 신안 소금, 지난해부터 전조합원에게 제공하고 있는 떡국떡, 남아도는 육묘를 대행 판매해주는 육묘 판매 사업도 모두 이길웅 조합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지난해 도입한 육묘대행 판매는 농가에서 남아도는 육묘를 일반인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사업으로 연간 5천만원의 수익을 거두는 히트 사업이 됐다.
 
취침 전 머리 맡에 메모지를 두고 잔다는 이길웅 조합장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가 메모를 하고, 아침에 사진을 찍어 사무실에서 사업화 가능성을 점검한다고 말했다.
 
 
# 진심경영이 성장 견인했다

"농협은 농심(農心)이고, 조합장은 머슴이다"라며 소박한 미소를 짓는 이길웅 남청주농협 조합장은 항상 낮은 자세로 조합원들의 복리증진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노력하며 솔선수범하고 있다. / 김용수
"농협은 농심(農心)이고, 조합장은 머슴이다"라며 소박한 미소를 짓는 이길웅 남청주농협 조합장은 항상 낮은 자세로 조합원들의 복리증진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노력하며 솔선수범하고 있다. / 김용수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남이농협으로 불렸던 남청주농협은 1969년 설립된 지 48년만에 간판을 변경했다. 그해 3월 임시총회가 열렸고 조합원들은 만장일치로 명칭 변경을 의결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더 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청주·청원이 통합하고 청원IC도 남청주IC로 변경된 흐름을 이길웅 조합장은 놓치지 않았다.
 
전국 최초의 셀프 주유소를 개설했고 연간 20회씩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의 품질관리를 받으며 정품 정량을 추구하고 있다. 26명의 직원이 모든 일을 소화할 만큼 자기개발에 철저하다. 모든 직원이 주유소 근무를 서기 때문에 성별 구분 없이 위험물 운송자 자격증을 땄고, 여직원 2명도 지게차 자격증을 땄다. 교육만 연간 40회를 보낼 정도로 남청주농협의 교육열은 유별나다.
 
이길웅 조합장이 특별히 신경쓰는 분야는 조합원 복지. 100원에서 500원만 있으면 남이면의 원하는 장소에서 승하차할 수 있는 마을버스를 운행하고, 조합원 자녀가 태어나면 30만원의 축하 통장을 개설해준다. 매해 50명의 조합원 자녀에게 70만원씩 지급하는 장학금은 올해 1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어르신을 위한 장수대학, 주부들을 위한 여성아카데미에는 유명 강사를 초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길웅 조합장은 금융인으로서는 최초로 한국신지식인협회가 지정하는 제 30회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안으로는 조합원들의 복지를 챙기고 밖으로는 성과를 창출하면서 지난해 남청주농협은 도시근교 농협으로는 드물게 5관왕 수상이라는 성장의 최고점을 찍었다.

CS 3.0 고객만족도 대상, 종합업적평가 최우수상, 상호금융대상 최우수상, 지도사업 선도농협상(영농지도부문), 농협주유소 청결컨테스트 전국대상을 수상했다. 조합원 수는 지난해 연말 기준 2천명을 넘어섰다. 준조합원까지 더하면 3천500명 수준. 이길웅 조합장은 오래지 않아 로컬푸드 매장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길웅 조합장은 "낮은 자세로 직원과 조합원이 함께 동행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조합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농협다운 농협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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