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戰國) 시대 위(魏)나라에 장의(張儀)라는 가난한 사람이 입신출세의 야망을 품고 귀곡(鬼谷)이라는 권모술수에 뛰어난 선생에게 사사하여 학문을 배운후 자기를 발탁해 줄 사람을 찾아 남쪽의 초(楚)나라 재상인 소양(昭陽)의 식객이 된다.
 어느날 소양이 화씨벽(和氏壁)이라는 보석을 신하들에게 보여주는 연회석에서 보석이 없어지자 모두들 「장의는 가난뱅이이고 소행이 나쁜놈이니 틀림없이 저놈이 훔쳤을 것이다」라며 죄를 뒤집어 씌워 온몸이 터지도록 매를 맞고 쫓겨난다.
 초주검이 되어 고향으로 온 장의를 본 부인이 『섣불리 책을 읽고 유세따위를 하니 이런 욕을 당하는거예요』라며 눈물을 흘리자 장의는 혀를 쑥 내밀고 물었다.『내 혀를 보라 있느냐 없느냐』부인은 무슨 소리인가 하면서도 『혀는 있어요』라고 대답하자 『그렇다면 충분해』장의는 시치미를 뚝 떼고 말았다. 「사기」장의전(張儀傳)에 나온다.
 장의는 몸이 아무리 망가저도 혀만 있다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세치 혀끝의 말로 천하를 움직여 보겠다는 말을 그렇게 한 것이다. 그는 그후 진(秦)나라에 종사하여 재상이 되어 천하를 잡았다.
 사실 혀는 자기생각을 말하는데 소용될 뿐아니라 때론 상대를 위협하고 추켜세우며 책략에 빠뜨리고 자기가 생각한 대로 끌어들이는 무기이기도 하다. 말 한마디로 전쟁을 일으키거나 평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것이 세치 혀끝의 무서움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들은 정치판의 말들을 즐긴다. 더욱이 잘 알려지지 않거나 숨기려하는 정치판의 뒷 말에는 온갖 추측과 살이 붙어 더욱 흥미거리로 회자되기 일쑤다. 원래 남을 헐뜬는 말, 또는 진실을 숨기려는 거짓말등은 회자될수록 더욱 부풀어저 나중에는 이를 해명하거나 쓸어담을 수 없어 파경에 이르게 된다.
 요즘 우리사회에는 43시간동안 최단명 법무부장관을 지내고 과감하게 사퇴(?) 한 소위 안동수씨의 파문도 결국은 세치 혀끝의 거짓말로부터 시작되어 겉잡을 수 없는 파장을 일으키고 있어 이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시공을 뛰어넘은 「성은」이 어쩌구, 「정권 재창출」이 어쩌구 하는 「충성 문건」으로 대통령의 인사관리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며 집권 여당의 자중지란을 불러와 일부 초 재선의원들의 당정 쇄신을 요구하는 정풍(整風) 의 진통속에 당안팍의 세력다툼으로 비약되는듯한 인상을 주어 세인들의 세치 혀끝의 미각을 돋우며 그 추이를 즐기는 시각도 없지 않은듯 하다.
 그것은 「준비된 대통령」으로부터 화려하게 출범한 「국민의 정부」에서 그간 인사와 개혁 정책을 추진하면서 잦은 말바꾸기와 거짓말 그리고 가시적인 개혁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심화된 빈부격차속에서 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을 더욱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또 당내에서 할 말은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언로가 트여야 한다. 그래야 싱싱하고 활기찬, 신뢰할 수 있는 정당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될수 있다.
 지금 정부 여당이 서 있는 자리가 세치 혀끝의 무서움을 알아야할 자리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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