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은 골프를 싫어했다고 한다. 조그마한 공을 조그마한 구멍에다 넣으려고 우스꽝스럽게 생긴 도구를 쓰다니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는 골프로 시작해서 골프로 끝나는「골프 정치」라는 얘기를 한다. 분명 골프는 사람을 친숙하게 만드는 운동으로는 그만이다. 18홀을 5시간 동안 걸으며 서로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면 사람을 자연스럽게 융화시켜 주는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월한 지위를 가진 사람끼리 만나서 흘리는 땀은 서로에게 깊은 신뢰를 주고, 그 신뢰는 믿음과 우정까지 맺어 줄 수 있다. 때문에 정치권은 골프회동을 통해 전국의 난제를 푸는 계기로 삼고 있고,「국회에서는 골프 얘기로, 골프장에선 정치 얘기한다」는 조크까지 나돌고 있다. 특히 골프를 모르면 정치를 논하지 말라는등 극단적인 얘기가 나오면서 골프장은 정치인들의 사교의 장으로 자리매김 했다. 정치권의 골프회동은 한편으로는 한국의 정치를 밀실, 즉 「요정정치」에서 탁트인 「골프장 정치」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박정희 시대를 거쳐 전두환 정권까지도 정치의 제 1의 장소는 「요정」이었다. 짙은 조명에 한두잔의 폭탄주와 함께 정치사를 논의했다. 그러나 노태우 정권이 골프회동을 통해 3당 합당의 정계개편을 단행한 이후 이제 골프장은 한국정치의 마당이 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조그마한 골프 공을 갖고 노니, 정치 그릇이 점점 작아지는 것만 같아, 차라리 족구공을 가지고 노는 것이 더 바람직 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잘못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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