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6개 이상 스크린을 보유한 극장을 멀티플렉스라고 말한다. 식사 및 쇼핑을 위한 부대·편의시설이 있어 한 공간에서 음식도 먹고 영화도 보고 물건도 사는 소위 「원 스톱식」 영화관람이 가능한 공간을 이르는 것.
 1990년대 말 서울 등 대도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생겨난 멀티플렉스는 단 몇년 만에 전국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부산, 대구, 광주 등 광역도시는 물론 분당, 수원, 인천 등 수도권 및 기타 중소도시에까지 멀티플렉스 건립 붐이 일었다.
 이같은 멀티플렉스 건립 붐은 한국영화의 지형도 자체도 바꾸어버렸다. 미증유라던 「쉬리」의 흥행신기록을 「공동경비구역 JSA」가 1년반만에 갈아치운 것도, 또 반년도 못돼 「친구」가 그마저 가볍게 뒤집은 배경에는 멀티플렉스가 자리하고 있다.
 초반에 되도록 많은 스크린에 영화를 걸어 단기간에 투자수익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 몇백만 관객도 쉽게 끌어모으는 가공할 관객동원력이 발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멀티플렉스 바람이 전국을 휩쓸다시피하는 동안에도 잠잠하기만 했던 청주지역에도 본격적인 멀티플렉스 극장이 등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2개관 이상의 스크린을 보유한 복합상영관들이 멀티플렉스를 표방하며 변죽은 울렸지만 명실상부한 멀티플렉스는 없던 실정에서 8개관의 극장과 4개관 극장이 올 여름 개관을 앞두고 있는 것.
 이같은 멀티플렉스 극장의 개관은, 영화관객들에게 보다 쾌적한 영화관람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영화 및 극장선택권을 한층 넓히는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예전보다야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서비스와 극장운영에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일부 극장들로 인해 종종 눈쌀을 찌푸려야 했던 영화팬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 타 지역에서 자리잡은 멀티플렉스의 경험은, 당초 멀티플렉스가 표방하고 또 영화팬들이 예상했던 기대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있다.
 편안한 관람환경과 쾌적한 시설, 첨단 영사시스템 등을 갖추기 위해 투자됐던 거대자본이 영화의 상업성만을 좇고 산업적 경쟁력을 부추길 뿐 영화문화의 다양성과 관객수준의 성숙을 위해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이 지적되는 것이다.
 그 결과 10여개를 넘는 전체 스크린 중 소위 흥행성 대박영화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싹쓸이가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으며, 많은 관객들이 찾지는 않지만 그 존재가치를 부정할 수 없는 작고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은 멀티플렉스 이전과 다름없이 홀대받고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다. 편식을 예방할 수있는 구조적 이점이 엉뚱하게도 편식을 조장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할까.
 올 여름 개관을 앞둔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이같은 점에서 공공성의 측면을 염두에 두어줄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아무리 영화가 산업이고 극장운영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지만 많은 시민들이 보편적으로 향유하는 영화관람의 경험은 단순한 영리추구를 넘어선 공공성을 필연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의욕적으로 출발하는 멀티플렉스 극장이 도내 영화문화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영화팬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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