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있다고는 하나 하루 세끼 밥을 먹지 않고는 기력을 차리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벼 재배를 중심으로 한 농경문화권이다.
 신라, 고구려, 백제가 중원벌에서 다툼을 벌인 것은 노른자위 땅을 차지하자는 것 이외에도 미호평야 등 산간분지의 곡창지대 확보에도 적잖은 원인이 있는 것이다.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1만3천년~1만5천년전의 볍씨가 충북대박물관에 의해 출토된바 있으나 97~98년 유적조사후 표석만 해세운채 유적이 매몰되어 아쉬움을 남긴다.
 당시 발굴조사에서는 지하 4m 토탄층에서 12톨의 볍씨를 수습했다. 그런데 이 볍씨의 용도가 한 두군데가 아니다. 곳곳에서 연구용으로 볍씨의 제공을 의뢰하고 있지만 개체수가 적어 고민이 크다.
 얼마전 개관을 한 충북농업기술원 농업과학관에 전시된 소로리 볍씨는 진품이 아니다. 진품과 구별이 안갈 정도로 정교하게 만든 모제품이다.
 이 볍씨는 60년대 통일벼를 만들어 녹색혁명을 일으킨 허문회 서울대명예교수가 1차로 연구했고 영남대 서학수 교수가 현대벼와 유전적인 유사성을 비교한 결과 39.6%의 유사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냈다.
 이 연구에서 보듯 소로리 볍씨는 현대벼와 비슷한 점을 갖고 있으나 그렇다고 생김새나 품종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벼가 야생벼인지, 재배벼인지 확언할 단계도 아니다. 곡식의 낱알이 떨어지는 탈립(脫粒)흔적을 보아 다만 재배벼일 수도 있다는 추정만 가능한 정도다.
 이 모든 것들이 앞으로의 과제다. 이른바 고고학과 첨단과학이 만나 그 비밀을 풀어나가는 학문의 크로스 오버가 요즘들어 대단히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앞으로 고대 볍씨에서 유전공학적으로 풀어나갈 큰 비밀이 숨어 있다. 그 비밀을 풀기만 한다면 과거 통일벼를 만들었던 것과 버금가는 녹색혁명이 일어날 줄도 모른다.
 다름아닌 고대벼의 DNA 구조를 해독하는 일이다. 후기구석기 시대인 1만5천년 전에는 지질학적으로 지구상에 마지막 빙기(氷期)가 존재하던 시기다.
 그 혹독한 추위에 살아남았을 볍씨라면 그건 대단히 흥미가 가는 품종이다. 이른바 냉해에 강한 품종이고대벼의 특징이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성립된다.
 벼의 재배에서 보듯 공교롭게도 38도선 이후에서는 재배가 잘 안된다. 북한이 식량난을 겪는 이유중의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시점에서 냉해에 강했던 소로리 출토 볍씨와 같은 고대배의 유전자를 완전 해독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물론 북한의 식량난을 해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이 실험에는 무려 1백만번의 실험이 필요하다고 관련학계는 본다. 현재의 12톨로는 어림없다. 「고대벼를 찾아라」그건 고고학계와 유전공학계에 부여된 시대적 특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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