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부가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에서 현행 수시와 정시를 합치는 방안을 발표한 11일 세종시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2018.04.11. / 뉴시스
교육부가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에서 현행 수시와 정시를 합치는 방안을 발표한 11일 세종시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2018.04.11. / 뉴시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엊그제 공개한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또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오는 2020년부터 중·고교에서 사용할 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보수·진보진영이 벌여온 해묵은 논쟁이 재연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시절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으로 보수·진보간 갈등과 대립이 심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히 역사교과서가 이념적인 수렁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에도 어김없이 논쟁을 불러일으킬만한 내용이 포함됐다.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진 것이다. 유엔은 한국의 독립문제에 대해 1948년 12월 총회 결의 제195호를 채택 했다. 보수진영은 이 결의문 일부 구절(the only such Government in Korea)과 전체 맥락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이 인정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보고 있지만 진보진영은 다른 구절(that part of Korea)을 바탕으로 선거가 가능한 남한 지역에서 설립된 합법정부라고 해석했다.

특히 정부수립 시기를 놓고도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진보진영에서는 1919년 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대한민국이 세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1948년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진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진영 학자들은 임시정부의 의의를 인정하더라도 1948년에 국제법적으로 인정받은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표현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북한 3대 세습 체제'와 '북한 주민 인권'도 삭제됐다. 남북갈등보다 화해에 초점을 맞췄다지만 학생들이 북한의 실체를 알 수 없다. 문제는 이런 논쟁이 보수·진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속 반복된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남북관계가 세계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해빙 분위기가 자칫 역사교과서 논란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과 일본이 동북공정(東北工程),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 독도영유권 주장등 역사왜곡을 일삼는 상황에서 우리 역사는 좌우이념대립으로 끊임없이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청소년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갖기는 커 녕 특정 이념에 물들 것이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요 미래의 좌표다. 지난 역사를 조명하고 현재의 문제를 고통스럽게 탁마(琢磨)해 미래를 열어야 하지만 이념적 잣대가 역사교육을 그르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역사적인 해석도 달라지고 그것이 교과서에 반영된다면 국가정통성, 객관성, 균형성을 갖춘 역사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 오죽하면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교육은 신뢰할 수 없다며 직접 가르치겠다는 학부모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념과 정치상황에 따라서 역사교과서가 달라진다면 교육현장은 혼란만 가중된다. 집필진 선정부터 공정하지 못하니 특정이념에 치우친 편향된 역사교과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교과서라면 정권이 바뀌면 또 다시 폐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