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제는 가뭄이 계속될 때 신령이나 부처에게 비를 내리게 해 달라고 빌던 제사이다. 기우제는 민간신앙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예전에는 나라에서 직접 주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삼국시대에는 물론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가뭄이 들면 나라에서 직접 기우제를 여는데, 소머리, 돼지, 닭 등과 같은 제물을 차려놓고 왕이나 대신들이 천시신명께 제사를 올렸다. 기우제는 조선조 태종 3년(1403) 단 한해만 없었을 뿐, 1년에 두 세번은 열렸던 연례행사였고, 심지어는 열두번이나 올린 해가 있었던 것으로 왕조실록은 전하고 있다. 기우제는 가뭄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의식의 형태가 달랐다. 우선 사람의 원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옥에 갇힌 죄인들 가운데 억울한 이를 다시 심사하여 방면했다. 또한 임금이나 지방 수령이 정치를 잘못해서 비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할 경우에는 임금과 신하가 근신하여 반찬의 가짓수를 줄이고, 부채질을 하지 않고, 풍악을 올리지 않았다. 또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명당을 더렵혀서 비가 오지 않는다고 믿는 경우인데 이때는 명당자리를 몰래 쓴 시체나 부정한 물건을 찾아 없앴다. 특히 기우제는 다른 민속과는 달리 여자들의 역할이 많았다. 여자가 키로 강물을 떠서 머리에 이고 흘러내리는 물에 몸을 젖게 하는 것은 음기인 여자로 하여금 양기인 하늘을 유혹해 비를 받는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올들어 대나무가 말라 죽거나 최악의 가뭄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가뭄의 원인이 무엇인지 이젠 곰곰히 따져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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