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걱정으로 나라 전체에 깊은 골이 패다 보니 여름철 샤워 하기도 꺼려지는 요즘이다. 물 한방 울 찾지 못해 타들어가는 농심이 있는데 이렇게 물을 써도 되는걸까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다.
 또한 화장실과 세면기, 부엌 개수대에서 그냥 버려지는 물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영 불편해지는 것도 90년만이라는 올 가뭄 때문에 생겨난 반응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혹은 부끄럽게도 모두가 다 한마음은 아닌 모양이다.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 일본-호주의 준결승전에서 억수같이 쏟아붓는 장대비가 무엇보다도 부러웠던게 인지상정일 만도 한데 도시지역에서는 나몰라라 무심한 일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청주와 충주 등 도시지역의 경우 물소비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청주지역의 경우 최근 3개월간 생활용수 소비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월평균 20만~40만톤 가량 늘어났으며 공업용수를 포함한 물소비량도 전년대비 40만톤 이상 증가했다.
 청주에 비해 물소비량이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충주지역 또한 작년대비 증가추세를 보이는데다 봄가뭄이 본격화됐던 3월 이후 전반적인 생활용수 소비가 증가된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진작부터 기승을 부리는 이른 더위 때문에 계곡이나 유원지를 찾는 도시민의 휴일나들이 또한 봄가뭄으로 팍팍해진 농심을 외면하고 도·농간 이질감을 부추기는 행태로 비춰지고 있다.
 지난 주말 계곡의 저수율이 평상시 30~40%에 머문 화양동을 비롯, 쌍곡, 송계, 용화 계곡 등에는 3천여명이 몰려 피서를 즐겼는데 그 숫자는 예년보다 증가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가뭄으로 수위가 줄어 바닥을 드러낸 물웅덩이 마다 농촌의 아픔에 아랑곳않는 불법어로행위가 판치고 있어 자제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물론 아무리 봄가뭄이 자심하다고 해도 공급이 제한되지 않는 한 도시에서 물소비의 현저한 감소는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또한 타는 논바닥으로 갈라지는 농심 만큼이나, 일주일 격무에서 오는 심적 부담을 씻고 재충전하기 위한 하룻동안의 휴식을 탓할 수만도 없다.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농촌 들녘의 안타까움을 생각한다면 이같은 도시민의 행태는 재점검과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생산·공급하는 농촌지역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근본을 형성하는 출발지점이 되기도 한다. 밤새 횃불을 들고 물줄기를 찾다가 누구는 논바닥에 쓰러지고, 누구는 좌절감으로 세상을 등지는 판국이라면 고통을 함께 나누는 마음가짐이야말로 공동체 일원으로서 반드시 가져야하는 기본이 되는 것이다.
 비록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기우제에서 함께 무릎 꿇는 심정으로 도시와 농촌이 하나 될 때 이번 최악의 기근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민관군이 하나되어 벌이는 가뭄극복 노력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을 나름대로 찾아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와 주변을 경계하고 조심하는 도시민의 마음가짐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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