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유일의 3차진료기관인 충북대병원 1층에는 간이 전시공간이 있다. 꽤 널찍한 통로 사이 양쪽 벽에 내걸린 사진과 그림, 혹은 공예품들은 오렌지빛 머금은 조명과 어울리며 환자들의 고통과 내원객의 불안을 넉넉히 위로해준다.
 하지만 전혀 다른 풍경도 있다. 병원측의 부당한 처사를 폭로하거나 누군가를 비판하는 대자보들이 벽이나 기둥에 붙어있는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빨간 매직으로 격렬한 분노의 감정을 토로하는 대자보들과, 부드러운 조명이 어우러지는 병원전시회.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이 두 가지 풍경은 수준높은 대민의료서비스를 지향하는 충북대병원의 이상과, 노사갈등에 발목잡힌 현재의 딜레머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충북대 병원 개원 전 서울, 대전 등 3차 진료기관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면서 불편함을 묵묵히 견뎌야 했던 도민들에게 3차진료기관의 설립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할 숙원사업이었다.
 하지만 91년 2백50병상으로 개원한 충북대병원의 지난 10년은 개원당시 도민들이 가졌던 뿌듯한 기대감과 성원에 미치지 못하는 감이 있다.
 현재 6백7병상에 1천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하루 1천5백여명의 외래환자가 찾아오는 등 번듯한 구색을 갖추었지만 내실면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40여일간 계속됐던 지난해 노조파업은 1백4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 뿐만 아니라 충북대병원에 대한 도민의 불신을 최대한도로 증폭시켰다. 이원종지사가 파업사태 종결을 촉구하며 강경대응 의사를 밝혔고, 파업 종결 후에는 시민사회종교단체가 신뢰회복을 촉구할 만큼 전 도민사회의 걱정과 우려를 자초했던 것이다.
 또한 전국의 국·공립대병원과 함께 한 이번 민노총의 연대파업에서도 충북대병원은 병원과 노조측이 업무방해와 폭력,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맞고소하는 등 깊은 감정의 골을 드러내면서 파행을 연출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신성한 현장이라지만 병원에서도 노사간 갈등이나 분열이 없을 수는 없다. 경영진의 부당한 행위가 있었다면 문제제기 하고 시정을 촉구할 권리가 노조에게는 있다. 역으로 병원경영면에서 노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경영진의 논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느 사업장보다 더 첨예한 양상으로만 치닫는 충북대병원의 노사관계와 이로 인한 파행운영은 도민들의 걱정과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다.
 절대적 존경과 신뢰의 대상이어야 할 의사와 간호사들, 그리고 그들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해야할 직원들이 누군가를 향해 적대의 칼날을 벼르고 있다면 그곳은 결코 안심하고 생명을 맡길만한 곳이 되지 못한다. 그러니 노사 양측이 서로를 대화상대자로 인정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명존중의 초심이 요구되는 것이다.
 더욱이 병원의 위상은 의료수준과 기술력이라는 냉정한 잣대로 평가된다. 큰 병이 우려될 때 서울 등 다른 곳을 찾는 도민들이 여전하다는 사실은 충북대병원의 의료수준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경영진이건 노조이건 혹은 비노조원이건 간에 충북대병원의 모든 관계자들이 공동의 「적」으로 대처해야 하는건 바로 이같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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