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애타게 기다렸던 단비가 대지를 흠뻑 적셔주었다. 지난 18일 새벽부터 충북도내 전역에 40mm 이상의 비가 내려 90년만에 최악이라던 가뭄도 그 끝을 보이고 물러나는 기색이다. 기상청 예보대로 오늘까지 비가 온다면 논밭 작물이 완전해갈된다니 한 시름 놓게됐다.
 하지만 뭐 피하고 나니 뭐 만난다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쏟아진 이번 비는 곧이어 닥칠 호우피해에 대한 걱정을 지레 안겨준다.
 기상청은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쪽 해상에 걸쳐있는 장마전선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는 23일부터 제주와 남부지방이 본격적인 장마권에 접어들고, 충북도는 24일께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다.
 타는 들녘에 물 대기 가빴던 농민들에게 다시한번 물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시간을 예고하는 이같은 가뭄 끝 장마는 여러가지로 우려되는 바 크다.
 우선 장마가 코앞에 닥친 지금 장마를 대비한 수방대책이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는가 묻지 않을수 없다.
 충북도와 각 시·군이 나서 재해취약시설을 점검하고는 있다지만 지난 4개월 동안 전 행정력이 가뭄극복을 위한 총력체계에 동원된 만큼 예년보다 준비의 철저함이 떨어질 것이 우려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불행하게도 수방대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장마 초입에 천재지변성 호우라도 쏟아지게 되면 그 피해는 가뭄으로 인한 고통에 필적하거나 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마침 충북도는 바닥을 드러낸 시·군 저수지의 준설작업을 오는 20일까지 완료키로 하고 청주시와 증평출장소를 제외한 10개 시군에 저수지 준설사업비 총 10억원을 긴급 투입한바 있다. 저수지 준설작업은 바닥의 토사 제거로 담수능력을 높일수 있어 홍수피해 예방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일정에 차질없이 이루어져야 할것이다.
 여기에 하상굴착으로 하천에 파놓은 웅덩이를 원상복구하는 것도 시급하다. 하상굴착지나 제방을 훼손한 곳은 지반약화에 따른 유실가능성이 높아 사고의 예방에 주력해야 하는 것.
 그런가 하면 오랜 가뭄에 이은 장마는 간이상수도 시설과 농업용 관정 등에 대한 사전 수질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바짝 마른 계곡수에 갑작스런 장마가 닥친다면 탁도가 높은 빗물이 그대로 간이상수도 시설로 유입될 우려가 있는데다, 가뭄극복을 위해 파놓은 관정도 장마철에 지하수 오염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가뭄에 여기저기 마구 파놓은 관정은 행정기관에서 정확히 실태를 파악한 후 폐공관리 등에 나서야 할것으로 보여 더욱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오랜 가뭄에 이어 닥치게 된 장마는 특히 어느 때보다 행정기관의 발빠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별 해갈 정도에 따라 가뭄극복 총력체계가 적절한 시기에 수방태세로 전환돼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태워버릴것 같던 극심한 가뭄과, 곧 이어 심각한 홍수피해를 가져올수도 있는 장마 등은 인간의 대처능력을 시험에 빠뜨리는 자연의 엄혹한 순리이기도 하다. 미리 준비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만이 그 시험을 통과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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