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인터넷 세상에서 자란다. 막 문자를 깨치기 시작하는 예닐곱 살부터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세상을 알아간다. 또 밤잠 못 자고 몰두하는 게임을 통해 삶을 경영해가는 전략과 전술을 배우는 것이다.
 최근 제천 동중학교가 실시했다는 인터넷 사용실태 설문조사는 이런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전체 응답자 6백26명중 52%가 게임을 위해, 20%는 채팅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었고 숙제하기 위한 활용은 고작 15%였다.
 인터넷 사용시간 또한 학생신분임을 감안한다면 결코 짧지 않았다. 4시간 이상 이용한다는 비율이 14%, 2시간에서 3시간 이내가 20%였고 1~2시간 이용하는 이들이 32%였다.
 하지만 응답자 전원이 매일 인터넷을 사용하고, 그중 3분의 2 정도가 1시간 이상 접속한다는 이런 통계는 사실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아마 학교일과와 수면 등을 제하고 자유롭게 쓸수있는 시간과 인터넷 사용 환경을 감안한다면 그 수치는 더욱 높게 나올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가 말해주듯 청소년들은 게임과 채팅을 통해 인터넷에 끌려들고, 또 점점 빠져든다. 이같은 경로는 물론 연령과 신분을 구별하지 않는 것이어서 많은 성인들도 게임을 통해 컴맹, 넷맹의 설움을 면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사회적 교류의 영역이 협소할수 밖에 없는 청소년들은 현실공간에서의 직접적 접촉에 따른 정서적·인지적 체험을 넓혀야하는 특수성이 있다. 그 대상이 친구가 됐든, 자연이 됐든, 혹은 연극 공연 등의 예술적 체험이 됐든 간에 다양한 만남의 경험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당위성에 비춰볼때, 거부할 수 없는 몰입과 중독성을 속성으로 하는 게임과 채팅은 청소년들에게 권할만한 사회적 경험이라 하기 힘들다.
 더욱이 채팅이나 게시판에서 비속어를 사용해본 경험이 정도의 차만 있을 뿐 70%에 달한다는 조사 내용은 이같은 우려에 확신을 더해준다. 익명성을 바탕으로 만연되는 사이버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과 함께 채팅과정에서의 그릇된 어법 사용 등은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인터넷은 더욱 빠른 속도로 더욱 놀라운 새 세상을 개척할 것이고, 우리의 아이들은 그 새로운 영토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이같은 현실은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인터넷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 기성세대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물리적 현실세계에서야 사회적 강자임에 분명하지만 인터넷 세상에서는 기저귀 찬 젖먹이 신세를 면치 못하는 기성세대로서는 난감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가정과 학교, 사회 전반은 이를 화두 삼아 심사숙고하고 구체적 전략을 모색해야만 한다.
 우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터넷의 노예가 되지 않고 주인이 되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그렇게 되기 위한 절제심과 책임감만이 인터넷을 풍요로운 가상공동체로 가꿔나갈 수 있음도 아울러 일깨워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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