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일본의 모리 요시로 총리가 고교실습선인 에히메마루 침몰사고 당시 보고를 받고도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일본 국민을 분노케 했다. 총리 취임 직후 일본은 일왕을 중심으로 한 신의 나라라는 국체 발언등 잇단 실언도 했지만, 1년만에 물러난 것은 골프사건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한다. 이유는 총리가 고등학생 9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계속 골프를 친 것은 총리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 2일 북한 상선이 우리 영해를 침범한 시간에 군수뇌부들은 보고를 받고도 계속 골프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요, 엄연한 주적인 북한의 배가 영해안으로 들어왔는데도 그것을 지켜야 할 군수뇌부들이 태연히 골프를 즐긴 것을 놓고 여기저기서 야단법석이다. 이같은 여론이 확산되자 국회에서는 즉각적인 해임과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국회 또한 골프 중독증에 걸려 있어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사가 편치만은 않다. 게다가 이날 군수뇌부들의 동향을 보면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여유있게 골프를 마치고 심지어 크럽하우스에서 저녁 식사까지 마쳤다고 하니, 한국전쟁 발발초기의 모습을 재연하고 있지는 않은가 의구심이 들고 있다. 국가 방어는 군의 사명이고, 완벽한 임전태세는 정부의 햇볕정책에 힘을 실어준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텐데, 도대체 골프가 뭐길래 국가안보를 책임진 군수뇌부까지 중독되어 있단 말인가.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