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에 편승하는 후보들
시류에 편승하는 후보들
  • 박상준 기자
  • 승인 2018.05.08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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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칼럼]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이시종 현 충북지사 4선의 오제세 국회의원을 누르고 민주당 충북지사 공천을 확정했다. / 중부매일 DB
이시종 현 충북지사 4선의 오제세 국회의원을 누르고 민주당 충북지사 공천을 확정했다. / 중부매일 DB

며칠전 충북대 운동장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 나타난 이시종 충북지사는 말끔한 양복 차림이었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이름이 큼직하게 쓰인 원색의 선거용 복장으로 행사장을 누빈 박경국 자유한국당 후보와 신용한 바른미래당 후보에 비해 표정부터 느긋해 보였다. 현역 지사라는 이점과 관록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리한 선거 여건이 그에게 여유를 주고 있는 듯하다.

8년 전 지방선거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당시 민주당은 현역 지사였던 정우택 새누리당 후보의 대항마를 찾지 못해 이시종 국회의원을 설득해 출마시켰다. 당시 정우택 후보 캠프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렸으나 이시종 캠프는 선대본부장조차 못 구해 한동안 애를 먹었다. 선거 열흘 전까지 모든 여론조사는 정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시 이시종 후보의 당선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만큼이나 이변이었다.

선거 때만큼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숨겨져 있던 민심의 속내가 드러나는 것도 선거 때다. 4년 전 6.4 지방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이긴 뒤 치러진 첫 선거였다. 강력한 여당 조직에 '박풍'이라는 바람까지 더해 압승하겠다는 분위기였다. 이 때문인지 지방선거 3개월을 앞두고 여섯 명의 유력인사가 새누리당 후보로 도지사 출마를 타진했다. 언론에선 청주고 동창의 대결(이시종·서규용 전 농림 부장과·윤진식 전 의원), 삼용의 경쟁(서규용·이기용 전교육감·김기용 전 경찰청장), 동향 친구의 진검승부(이 시종·윤진식) 등 다양한 화제성 기사를 쏟아냈다. 이시종 후보는 뒷전이었다. 하지만 선거 2개월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선거 판도를 바꿔버렸다. 그 와중에 새누리당이 선전한 것은 보수층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두 차례 지방선거에 비하면 이번은 싱겁다. 드라마틱한 요소를 찾기 어려울 만큼 예측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70%를 가볍게 넘겼다. 지난 3일 조사된 갤럽 여론조사 결과(충청권)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60%, 자유한국당은 6%, 바른미래당은 9%였다. 야당의 분열과 당 지도부의 지리멸렬한 모습에 보수층이 떠나거나 방관자가 돼버렸다.

지금 보수정당은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다. 아예 탈당해 다른 야당이나 무소속으로 나오는 경우도 흔하다. 마땅한 지방의원 후보가 없어 공천을 못하는 지역구도 있다. 심지어 지난번 선거에서 새누리당 간판으로 당선된 뒤 이번 선거를 앞두고 탈당해 민주당을 기웃거리는 사람도 있다. 초라한 제1야당의 민낯이다. 하긴 자유한국당 텃밭이라는 경남도 민주당 후보들이 기세를 올리고 있으니 보수정당은 바닥까지 왔다.

하지만 정치는 도전이다. 쉬운 선택은 없다. 눈앞의 이익을 보고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을 버린다면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꾼이다. 오거돈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지지율 48.5%(코리아리서치)다. 자유한국당 후보와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지율은 정치 상황에 따라 등락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의 1위 질주는 의미가 있다. 그는 2004년 이후 민주당 불모지인 부산에서만 네 번째 도전이다. 물론 세 번 모두 낙선했다. 척박한 정치 환경에서 시련과 역경을 정면으로 맞서 도전하면서 14년 만에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험지(險地)만 선택해 국회의원과 시장 선거에서 번번이 낙선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친박 이정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4번 도전 끝에 호남에서 새누리당 간판으로 당선됐다. 광주 서울에서 두 번 패한 이 의원은 고향인 순천·곡성으로 옮겨 자전거 선거운동으로 지역주의 타파에 성공했다. 무모한 도전이지만 지역주민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성실하게 다가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3전 4기 만에 금배지를 달 때까지 험난한 외길 정치인생을 걸었다.

보수정당의 위기는 신뢰받는 리더가 없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홍준표 대표의 거친 막말과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황당한 발언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기 위해 줄을 섰던 사람들이 이번엔 썰물처럼 떠나고 있다. 정치지형도가 변했다고 이합집산하는 세태에서 건강한 정당이 나올 수 없고 올바른 지방정치인이 배출될 수 없다. 수능재주(水能載舟) 역능복주(亦能覆舟)라는 말이 있다. "민심이라는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엎을 수도 있다"는 공자 말씀이다. 민심도, 여론도 언제든 변하게 마련이다. 변화무쌍한 민심에 편승해 정체성도, 정치적 신념도 버리는 정치인이 오래갈 리 없다. 정치는 멀리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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