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청주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 자문위원회 제5차 회의가 개막됐다. 내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40여명의 심사위원이 참가, 한국의 「승정원일기」와 「직지」(「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등 전세계 23개국 42점의 기록물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게 된다.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은 인류가 길이 기억하고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는 기록물을 유네스코가 선정, 지정하는 것으로 현재 26개국 48건이 지정돼있다.
 현재 우리 것으로는 「훈민정음 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이 지정됐는데,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 세계기록 유산자문위 기술지원을 받아 유물의 보존관리를 할 수 있고 유네스코를 통해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지속적으로 알릴 수도 있어 의미가 깊다.
 지난 93년 이후 2년마다 비공개로 개최되는 유네스코 기록유산 자문회의가 이번에 청주에서 열린 것은 「직지」를 처음 찍어낸 곳으로서의 역사성을 현재화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여기에 「직지」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다면 그 같은 의미는 보다 중요한 실체적 구체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1377년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직지」는 선의 요체를 깨닫는데 필요한 역대 불조사들의 어록 중 중요한 대목을 초록한 것이다. 금속 활자인 주자로 찍어낸 상하 2권 중 하권이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있는데, 독일의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본 보다 78년 앞선 것으로 우리 민족의 창의적 우수성을 세계 만방에 과시하는 으뜸가는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2년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에서 「직지」가 제외됐던 데서 알수 있듯이 「직지」의 역사적 가치에 공식적 권위를 더하는 작업이 수월치만은 않다.
 당시 유네스코 본부는 「직지」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중인 것을 이유로 프랑스와 공동신청할 것을 권유했지만 프랑스의 거부로 안건에 상정되지도 못했었다. 올해의 경우 청주시의 끈질긴 노력으로 등재 심사에 오르기는 했지만, 한국측 움직임을 「직지」 반환 요구로 해석하는 프랑스측의 소극적 태도로 이번 심의도 난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직지」가 제작국과 소유국이 다르면서 세계기록유산 후보로 신청한 처음의 사례로 기록된 이번 회의에서는 마침 1455년에 간행된 「구텐베르크 42행 성서」가 심의목록에 올라있다.
 서구에서는 지난 1972년 프랑스에서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가 공개된 이후로도 그 역사적 가치에 대한 평가에 인색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침 「직지」와 「구텐베르크 42행 성서」가 나란히 심의목록에 오른 이번 회의 결과는 더욱 주목된다. 「직지」에 대한 서구인들의 편견을 시정하면서 그 가치를 전세계에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 기록유산 자문회의 심사결과는 29일 최종발표 후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올해 안에 확정 발표하게 된다. 「淸州 牧外興德寺」로 「직지」 마지막 장에 인쇄된 청주에서 「직지」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확정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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