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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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초등학교 3학년인 손주와 학교운동장에서 저녁시간을 함께 보냈다. 손주는 연실 꼴 대를 향하여 힘차게 공을 차고 있었고 나는 트랙을 몇 바퀴 걸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손주가 슬그머니 내 옆에 앉았다. 손주에게 무슨 운동을 좋아하냐고 물으니 축구라고 대답한다. 나는 그녀석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어 보았다. 그녀석은 외과의사가 되고 싶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흔히 던지는 질문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왜 이런 질문을 던질까. 어른이 되면서 삶이란 여행과 같은 것이어서 목적지를 정하고 떠나야 실패를 덜 한다는 사실을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택한 코스에 따라 여행의 짐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뭐가 돼야하지?' '어떻게 살아야하지?' 여기에 해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평생 긴 여행을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물론 뭔가를 원한다고 해서 항상 그것을 얻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른다면 그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조차 갖기 어렵다. 그러면 언제쯤이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나이인가? 꼭 정해진 것은 없지만 10대에는 인생을 선택할 나이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물론 이 선택이 고정적인 것은 아니어서 상황에 따라 다소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목표마저 없다면 지향점이 없어 삶의 추진력 또한 힘을 잃게 된다. 그러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자기가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인생이란 여행을 하게 된다면 기쁨은 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목표를 정해놓고 우리가 행동을 옮기는 데에는 두가지 기본감정이 들어있다.그것은 다름 아닌 두려움과 욕망이다. 두려움은 우리에게 괴로운 상태를 피하게 하고 욕망은 만족감을 주는 행동을 선택하게 한다. 특히 두 가지 중에서 인간을 행동하게 하는 더 강렬한 힘은 욕망이다. 더구나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인 욕망일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욕망은 이기적이어야 한다 는 말에 거부감을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이기적 욕망은 그 개인뿐 아니라 사회를 윤택하게 만드는 훌륭한 자산이다. 혹자는 이기적인 욕망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헌신적인 일을 할 때 조차도 이기적인 욕망이 작용하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 한다. 내가 말하는 이기적인 욕망이란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거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자기의 진정한 욕망을 채워 질 수 없으니까 말이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일례로 하기싫은 일을 억지로 한다면 며칠간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혹 몇 년간은 마지못해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매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은 고통이다. 하지만 자기의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와는 정반대일 것이다. 욕망처럼 강한 자기격려는 없다. 욕망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은 우리를 새벽같이 일어나게 하고 밤늦게 까지 일하도록 만든다.

삶의 오묘한 법칙 중의 하나는 정말로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욕망까지도 충족시켜준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진정 자신이 원하는 욕망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불현 듯 삶에 있어서 그대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걸음은 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라고 역설한 미국의 물리학자·교육가인 번스타인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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