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홍동기 청주 분평초등학교 수석교사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 클립아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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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연휴에 남편과 함께 상봉재 옛길을 걸었다. 지난 늦가을 출렁다리까지 갔다가 여름 폭우로 인한 피해로 출렁다리가 통제돼 우회로로 가다가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 하다 되돌아 왔던 길이다. 이번엔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으니 상당산성 마을까지 가보자고 했다. 상봉재 옛길 입구인 로드파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람 솔솔 부는 산길을 걸어 상봉재 옹달샘과 솟대를 지나니 정상이다. 세 갈래 길에서 상당산성 쪽으로 가니 출렁다리가 나왔다. 입하 절기답게 출렁다리에서 찍은 사진이 초록으로 싱그러웠다. 느린 걸음으로 1시간 걸려서 상당산성 남문 옆 암문에 도착했다. 암문은 성곽의 후미진 곳이나 깊숙한 곳에 적이 알지 못하게 만드는 비밀 출입구라고 한다.

남문에 올라 내려다보니 남문 밖 잔디밭에 많은 사람들이 모처럼 맑은 날씨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아이들 어렸을 때 군청색 프라이드베타를 타고 우암어린이회관, 청주동물원을 거쳐 상당산성 나들이 왔던 추억을 떠올리며 함께 미소 지었다.

가끔 선배선생님들께서 휴일에 우암산 등산 후 산성마을에서 식사를 하고 오신다는 얘기에 부럽기만 했는데 드디어 나도 작은 꿈을 이뤘다. 청국장과 도토리묵무침, 막걸리 반 되를 주문했는데 양이 푸짐하였다. 순두부와 반찬은 셀프로 맘껏 먹을 수도 있었다. 살빼기 내기 중인데 이거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건가 큰일이다. 남편은 도토리묵무침에 참기름을 좋은걸 써서 맛있나보다 했다. 티격태격하지 않고 무사히 로드파크까지 돌아오며 산책하기 딱 좋은 길을 선물로 받은 느낌이 들었다.

5월은 수석교사들이 가장 바쁜 달인 것 같다. 컨설팅장학을 하는 학교가 많아서 외부 학교 수업컨설팅과 본교 수업 나눔의 날이 맞물리다 보니 많이 바쁘다. 그림책과 교육연극기법을 활용한 국어과 수업 컨설팅을 했고, 배움 노트를 활용한 행복한 수학수업 컨설팅을 했다. 저경력 선생님들의 수업컨설팅을 해주면서도 교내 수석교사 수업공개를 앞두고 누가 내 수업을 컨설팅 해줬으면 하고 있던 차에 아카펠라와 리듬지도로 유명한 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한 선생님은 나의 수업고민을 듣고는 리듬지도법을 알려주고 수업안도 봐주었다. 음악시간은 즐거워야 한다는 말까지 해주며 예상치 않았던 큰 선물을 나에게 듬뿍 안겨주었다.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긍정의 문구를 음악교실에 붙여 놓았다. '힘내, 너는 잘 할 수 있어', '너를 만난 건 행운이야', '너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그리고 아이들에게 남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보다 좀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하라며 '실수해도 괜찮아' 라고 한다. 그 말들은 내 자신에게 그리고 내가 만나는 선생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다.

홍동기 청주 분평초등학교 수석교사
홍동기 청주 분평초등학교 수석교사

많은 교사들은 스스로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의심하며 하루하루 생활한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교사의 실수는 학생들에게 불완전할 수 있는 용기의 모범이 된다. 완벽하진 않지만 노력하고 있는 교사의 모습은 실수에 관대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서로를 존중하는 교실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몫을 할 것이다.

음악시간에 디지털 반주보다 선생님이 직접 기타나 오르간 등을 이용하여 아이들의 노래 속도나 음높이에 맞게 반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이들은 나의 오르간 반주에 맞춰 소리 높여 노래 부른다. "넌 할 수 있어 라고 말해주세요, 그럼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요~", "역시, 멋진 4학년! 선생님이 반주를 틀렸는데도 노래를 참 잘 부르네요." 하자 한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부러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선생님, 반주 틀리셨어요?" 그 소리에 우린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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